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알고보니 메모리카드가 빠져 있더군요. 가끔 이런 날도 있는거죠.. 흑흑.. 하루 종일 찍은 사진이다 날아가는 허탈함 ㅠ.ㅜ을 느끼며, 어쨌든 글로라도 기록을 남겨봅니다.
신주쿠만큼 자주 가게 되는 곳도 없습니다만, 신주쿠 한복판에서 맛있는 집을 찾기란 언제나 어렵습니다. 신주쿠에 주로 모이는 젊은이들이나 샐러리맨들은 아무래도 맛보단 가격이나 서빙속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런 신주쿠에서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온 가게가 있습니다. 인도카레 전문점인 나카무라야입니다.
나카무라야는 카레와 양식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1층에서는 명물 카레빵을 파는 베이커리와 작은 카페도 있습니다. 2층은 본격적인 경양식당이고 3층은 레스토랑입니다. 중요한 모임을 할때는 3층에 가는게 좋겠지만, 오늘은 아주 캐주얼하게 1층에서 점심 메뉴를 먹습니다.
이 집이 카레가 유명하니 카레를 시키려고 메뉴판을 살펴 보니 전혀 싸지가 않네요 -_-;; 제일 싼 카레 메뉴가 1000엔 정도의 카레 오무라이스였습니다. 런치 메뉴라고 파스타도 있던데.. 맛은 모르겠지만, 양이 작습니다. 850엔이면 규동을 두그릇 먹을수 있는 돈인데 말이죠..
오무라이스는 가격대가 약간 비싼걸 빼곤 먹을만한 맛이였습니다. 카레로 볶은 밥과 반숙으로 풀어져서 올려진 오무라이스, 그 주변에 뿌려진 소스는 약간 단맛이 도는, 일본과 인도 스타일이 절반씩 혼합된 듯한 카레였습니다. 맛이 아주 뛰어나다고 하긴 그렇지만(루 드 메르 정도는 아닙니다.), 이 정도면 맛집이라고 불러도 손색은 없겠더군요. 찾아가기도 쉬운 위치니, 이 근처에서 밥먹기가 애매할때 가면 좋을거 같네요. 나카무라야의 3층에서 식사를 하면 점심에 3000엔은 내야 하니 조금 부담스럽지만, 가끔 럭셔리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때 찾아가면 좋습니다. 근데 신주쿠가 워낙 럭셔리랑은 관계없는 곳이라 -_- 아직까지 기회가 안되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듯한 예감이..
일이 무사히 끝나고 저녁때도 신주쿠에서 식사를 합니다. 같이 식사를 할 사람이 누군지, 어느정도 예산대인지 고려했을때 어디를 가야 할지는 사실 거의 정해졌다고 봐도 됩니다. 이 동네 인기짱인 뎀푸라의 츠나하치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얼마나 될까요..
식사시간이 다 되어서 도착했는데, 이상하게 줄이 없습니다. -_-;; 이런 건 정말 처음이네요. 그래서 들어가서 메뉴를 살펴보니 아뿔싸 가격이 다 올랐네요. 이제 제일 싼 메뉴가 1980엔입니다. 예전엔 1000엔대 초반에서도 식사가 있었죠. 뭐.. 그래도 맛이야 변했겠어요. 들어가서 시켜봅니다.
테이블도 정갈하고 서비스도 좋습니다. 정식을 시키면 기본으로 나오는 밥과 미소시루와 반찬이 하나같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놀랐습니다. 특히나 재첩이 듬뿍든 시원한 미소시루는 근래 먹어본 미소시루중 최고였습니다.
젤 싼 정식은 뎀푸라가 7점정도 나옵니다. 명성이 있는 집이라서인지 튀기는 실력도 좋고, 재료의 선도도 좋습니다만, 역시나 싼 재료를 쓰네요. 전에 가와카미안을 가서 느꼈던 괴물 새우의 감동이 재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츠나하치의 새우튀김엔 머리가 달려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소시루의 맛때문이라도 다시 방문하고 싶어 지더군요.
몇년전엔 이 집 뎀푸라가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많은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_^ 제 입맛이 많이 고급화 된거겠죠. 뭐.. 그렇다해도 진정한 뎀푸라를 찾아 돌아다니기엔 그 칼로리의 압박이 상당하니 더이상의 고급을 추구할 마음도 그다지 없습니다..
원래 줄을 길게서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리기는 좀 힘든 곳이였는데, 값을 대폭 올린후 이용성은 오히려 좋아진거 같습니다. 특히나 업무상의 모임같은때 이용하면 이 이상 괜찮은 데도 없을 듯하네요. 신주쿠에서 갈곳을 몰라 방황하시는 분들에게 강추 드립니다.
사진이 없어서 정말 아쉬운 후기가 되었습니다. 한번 실수를 했으니 또 한참은 괜찮겠죠. 일년에 한번 정도 이런 일이 터지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