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어느날, 날도 풀리고 해서 고베에 잠시 놀러갔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거리를 거닐며 스위츠를 만끽하다보면 과도한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도 날아갈테니까요. 신깐센을 타고 아침에 신고베역에 도착해서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고베 관광안내소에서 추천하는 가장 스탠다드한 코스로 한바퀴 돌 계획을 세웠습니다. 신고베역 -> 이인관거리 -> 기타노 호텔-> 산노미야 -> 중화가 -> 메리켄파크 + 고베항 + 모자이크 -> 산노미야 -> 신고베역 이런 순서가 되겠습니다. 하루에 고베 시내를 알차게 주파하는 플랜이죠.
그 첫코스로 가게된 이인관 거리는 예전 개항시절에 외국인들이 살던 집을 개조해서 관광상품화 한것인데, 사실.. 입장료도 많이 비싸고 볼거리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길의 끝에 고베 미식의 성지인 기타노 호텔이 있기에 겸사겸사 들리기로 합니다.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개를 끌고 산책을 돌아다닙니다. 스모그가 있습니다만, 날씨도 나쁘지 않네요. 이런데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인관 언덕 길이 나오긴 했는데.. 저같은 사람에겐 구경이 중요한게 아니라 먹는게 더 중요하지요 ^_^ 에약이고 뭐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왔기에 일단 이인관은 얼른 지나쳐 점심 예약을 위해 기타노 호텔에 먼저 갑니다.
동경 신마루노우치 빌딩에도 분점이 있는 디저트 전문점 이그렉 플러스가 호텔 바로 앞에 있습니다. 에전에 동경 분점의 빵이 너무 너무 맘에 들어서 몇번이고 찾아간 기억이 있네요. 이그렉 플러스는 시내 곳곳에 분점이 있기에, 단지 디저트류만을 위해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습니다.
기타노 호텔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캐치프레이즈로도 유명한 호텔입니다.(그 아침식사는 5000엔했다는..) 그래서 아침도 먹고 점심도 먹을까도 했지만 ^_^ 아쉽게도 아침식사 시간은 이미 지났더군요. 다음 번엔 이 호텔에 묵으며 아침을 느긋하게 즐기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더군요.
호텔 안에 들어가보니 약간 좁아보이지만 쇼와시대의 귀족들이 애용했을 법하게 인테리어가 고풍스럽고 세련되었습니다. 과거의 영광이 느껴진달까요. 레스토랑의 예약 상황을 체크하러 프론트 데스크에 가니 하프인 듯 보이는 미모의 호텔리어가 친절하게 응대해 줍니다. 안쥬라는 식당은 낮시간에 결혼식이 잡혀있어서 예약이 안되고, 이그렉은 가장 빠른 시간에 – 한시간 후에 – 자리가 하나 남아있다고 하네요. 다행입니다. 충동적이고 우발적이고 무계획적인 여행치곤 성공한 편이라고 자부해봅니다.
참 고베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시간 동안 할일도 없으니 ^_^ 근처를 돌아봅니다. 여행자에게 딱 맞는 스케줄인거 같습니다.
파란 하늘과 폐허의 이미지가 라퓨타에 나올법한 분위기였습니다.
분명 이 동네에 볼만한게 그다지 많지 않을텐데 관광객들은 꽤 있었습니다. 다들 고베까지와서 별로 할일이 없나보네요..
먹음직스런 케익이 잔뜩 늘어져있던 멋진 카페입니다. 호텔에서 그닷 멀지 않았습니다.
영국 왕실에 물건 댄다고 자랑을.. 요새 워낙 메이드/집사물이 대세인지라 이런 집들도 나름 주목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아님 말구요..)
이국적 문화가 한가득한 거리입니다. 하지만 입장료가 비싸니..(보통 700엔정도) 왠만하면 그냥 건물만 보고 왔습니다. 어차피 예약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렇게 돌아다니던 도중 신기한 곳을 한군데 발견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봅니다. 그에 관한건 다음 게시물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