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한 짧은 일정이라 상당히 바쁜데다, 그리고 밤에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있을 예정이기에 저녁은 간단하게 라멘을 먹기로 합니다. 최근 신주쿠에서 유명한 라멘집이 둘 있는데, 하나는 이번에 방문한 풍운아 (후운지)이고 또 하나는 나기라는 곳입니다. 원래 나기를 갈려고 했는데, 이 집이 저녁은 7시부터 하더군요. 그 동네 분위기 – 신주쿠 골든가 – 를 봐서는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해야겠지만, 제가 약속이 딱 7시부터라서 이번엔 포기합니다.
반지하에 있습니다. 신주쿠 미나미 구치를 나와서 좀 안쪽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근처에 별게 없어 찾기가 쉽지 않긴 하지만(파출소가 하나 있긴합니다) 거리적으로는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이 집의 특징은 점장이 왕년의 아이돌 출신이라는 겁니다. 음.. 직접 보니 80년대엔 잘나갔을 듯하네요.(호스트하시면 돈좀 만질듯한데 이 힘든 라멘업계에 투신하시다니..) 좀 유명한 분인데도 주방에 직접 나와서 서빙을 하시더군요. 점장이 직접 가게에 나와야 서비스도 맛도 안정이 되는 거죠. 그래서 먹기도 전에 가게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친구가 라멘을 시키고 제가 쯔께멘을 시켰습니다. 라멘은 요즘 유행하는 돈코츠 어패류계열의 어찌보면 매우 평범한 스타일의 라멘인데, 혹자는 모 유명 라면집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도 하더군요. 저도 한입먹어보곤 독창성이 전혀 없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면발의 삶은 정도나 걸죽하게 건어물이 우러나온 국물의 퀄리티를 봤을때 이 정도 라멘을 7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신주쿠 한복판에서 먹을수 있다는건 충분히 줄서서 기다릴 가치가 있습니다. 딴 가게라면 아마 900엔쯤 하거나 오오모리 요금을 따로 받거나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정통 적인 쯔께멘의 면발로 역시나 특이한 점은 찾을수 없었습니다. 물기도 적당히 잘 빠졌네요. 하지만 특별히 인상적이지도 않고 탄력이 좀 약한 면도 있어서, 명점이라고 하기보단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국물이 정말 괜찮았습니다. 뒷맛이 약간 시기에 입안에서 느끼함을 없애고 감칠맛을 자아내는데, 이런 스타일은 야스베나 다이진도 비슷한 컨셉이죠. 하지만 야스베나 다이진은 쇼유계열이고 돈코츠 어패류계열에서 이런 스타일은 처음입니다. 쯔께멘 만은 멀리서 찾아와서 먹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한 맛이였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라멘집은 보통 접근이 편한 집 위주입니다. 이 집도 접근성+맛+가격 세가지 면에서 만족시키는 집이니 강추리스트에 올릴수 있겠습니다. 라멘이란게 사실 패스트푸드니까 싸고 맛있고 빨리 나오면 더이상 바랄게 없죠.(거기에 교자사쿄 맥주한잔마시면 더 바랄게 없죠.) 일본엔 접근성 불편하고 서비스도 안좋은 – 그러면서도 한시간은 줄서야 하는 라멘의 명점도 있습니다. 그런 집에서 먹으면 정말 맛있긴 합니다. 하지만 저로선 일이 워낙 바쁜데다, 세상에는 다른 맛있는 먹거리도 얼마든지 있으니, 굳이 그런 집을 찾아가는 여유는 좀처럼 생기지 않네요. (다이쇼켄 정도가 그런 모험의 끝이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로쿠린샤는.. 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