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가 오사카에 놀러온다고 해서 제가 가이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오사카가 아니라 교토이지만, 온 김에 고베도 들리고 할 예정이라 숙소를 오사카에 잡았습니다. 제가 주말에도 바쁜 관계로, 이날 호텔에 도착한게 오후 10시 정도였습니다. 이때부터 같이 밥먹을 데를 찾아서 호텔 근처인 교바시쪽을 돌아다녔는데, 원래 가려했던 말고기 전문점은 문을 벌써 닫았더군요. 1시까지 영업이라고 써놓긴 했지만, 이런 작은 집이야 재료 떨어지면 그날 장사끝이니까요. 그래서 고심고심하며 아이폰의 타베로그를 뒤적뒤적이며 찾아간 곳이 이자카야 츠바키입니다. 이럴땐 아이폰이 참 편리합니다. 지도도 바로 나오고 말이죠.
왠지 무지 멋져보이는데, 이런 집이 맛이 있을리가 사실 별로 없겠죠.. 하지만 이자카야 치곤 워낙 평이 좋은 관계로, 그리고 밤도 늦어 더 이상 찾아다닐 기력도 없기에 그냥 들어갑니다. 고베 닌니쿠야 계열 점이라는데, 그쪽 계열의 음식은 뭐랄까.. 이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창작요리랄까요 -_-; 뭐.. 메뉴명은 매우 참신한데, 그에비해 가격대비로 나쁘지 않은 맛이라 인기있는 체인입니다. 이번에도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전실 개인실인데다 인테리어도 무척 깔끔하고 거기다 가격도 그냥그냥 괜찮은 수준이더군요. 이정도라면 이자카야 치곤 매우 훌륭합니다.다만, 미식 여행의 스타트로선 약간 불안하긴 하더군요.
맥주에 딸려나오는 안주인데, 나름 깔끔하네요. 이 정도면 그냥 저냥 먹을만 하네요.
날이 더워서 음료수 겸 시킨 맥주입니다. 뭐.. 저야 맨날 이정도 마십니다만, 친구는 감탄하더군요.. 훗..
이제 매뉴를 보고 주문을 할 타임입니다. 보통 실력있는 이자카야는 자기네가 잘하는 요리를 칠판같은데 써놓지만, 이 집은 컨셉상 그 정도는 아니기에, 어떤 이자카야에서 시켜도 거의 실패하지 않을 만한 매우 무난한 메뉴만 골라봅니다.
나가이모 – 마와 비슷한 재료죠- 로 만든 소면으로 차갑게 식혀서 나오기에 여름에 먹기 좋습니다. 사각사각한 식감이 좋은데, 어차피 재료를 차게 내놓으면 되는 음식이라 그다지 실패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건 친구의 주장으로 시켜봤는데, 소스가 넘 진하고, 닭도 좋은 걸 쓰진 않았네요. 보통 이자카야의 메뉴에서는 맛있는 육류 요리엔 특정 지방의 이름이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카고시마 돼지고기, 히나이 닭고기 등등.. 그렇지 않다면 좀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이 경우 대부분은 맛이 없다고 봐도 됩니다.
연어는 일본을 대표하는 식재료죠. 사시사철 구할수 있고 싸면서 선도도 좋습니다. 물론 참치도 있긴한데, 서민적이라기엔 가격이 좀 높은 편입니다. 연어를 아부리야키하면 왠만큼 허접한 연어라도 맛있게 먹을수 있는데다, 아보카도까지 곁들이니 이것도 정말 안전빵 메뉴입니다.
소금으로 간을 한 야키소바입니다. 사실 이쪽이 소스 야키소바와 달리 불량식품틱한 눅눅함이나 끈적한 느낌이 없기에 더 맛있습니다. 재료를 넘 나쁜걸 쓴다면 소스 야키소바 쪽이 나을수도 있지만, 이 집은 그정도로 타락하지 않았다고 믿고 시켜봤습니다. 역시나 빙고~
타이 아라다키는 도미 머리를 우엉과 간장소스에 졸인 음식입니다. 소스 자체가 맛잇는데다 담백한 도미 머리에 잘 배어있어 정말 대충만 만들어도 맛있는 음식입니다.
그럭저럭 이자카야 수준이 나쁘지 않아서 기대한 것보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의 주연은 음식이 아니라 맥주였지요. 후덥지근한 여름밤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기분은 친구에게 다시 일본에 오길 잘했다는 감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날은 이정도로 끝내고 다음날 부터 본격적인 미식 여행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