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아쿠아팟자라는 이탈리안에서 정말 멋진 아유(은어) 요리를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어찌나 절묘한 맛인지 두고두고 기억이 나더군요. 그래서 일본에서 아유를 잘하는 집을 찾다가, 츠와노라는 지역에, 정확히 말하면 물이 맑기로 유명한 – 그래서 최상의 천연 은어가 잡히는 다카츠가와 강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집 주인 동생이 동경에서 아유마사라는 가게를 열었는데, 올해 그 가게가 미슐랑 별한개를 받아서 더욱 유명해졌더군요. 아유마사는 오래전부터 일본 미식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집인데, 원조격의 식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이번 기회에 직접 가보기로 했습니다. 왕복 8시간 운전을 해서요..
방안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온천 여관 그 자체입니다. 물어보니 원래는 여관이였는데, 여러가지 사소한 문제로 -_- 본업은 집어치우고 레스토랑에 올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좀 스타일이 구식이긴 하지만, 나름 운치 있습니다. 시골의 정취.. 라고 해야할까요.
고민 할거 없이 바로 코스로 달려줍니다. 코스의 시작은 애피타이저 대용으로 나온 진미인데, 일단 그릇에서 먹어주네요.
은어의 내장무침입니다. 약간 쓴맛이더군요.
젓가락을 올려놓는 곳도 이쁘더라는..
술은 지역산 술인데 향이 좋았습니다. 술잔을 아키타산 향목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지 모르겠습니다.
보통은 도자기로 만든 술병이 많은데, 이 집에선 술잔과 같은 재질의 향목로 만든 술병을 내오더군요. 생긴게 독특한데, 윗쪽 판을 누른후에 따라마시면 됩니다. 겉보기보다 술이 많이 들어가는데다, 원래 향이 중요한 니혼슈에서 그 향을 더욱 진하게 해주기에 참 맘에 들었습니다.
불에 슬쩍 그을린 사시미입니다. 파와함께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습니다. 하모 유비키와 비슷한 느낌이 났습니다.
그릇이 이쁘니 뚜껑을 열때의 두근거림이 있습니다. 이런건 서양 요리가 배웠으면 하는 점이죠.
백된장으로 맛을 낸 국물입니다. 된장이 좀 달긴했지만, 진국의 맛이 나더군요.
드디어 나온 오늘의 메인 요리입니다. 아유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바로 소금으로 살짝간하고 구워먹는 시오야키죠. 왕복 8시간 운전을 한게 단지 이 요리를 먹기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잘 먹겠습니다! 근데 기름이 안올라 있네요. 아유의 장점인 그 복잡 다단한, 맛의 우주를 망라하는 듯한 맛중에서 기름기가 없으니 뭔가 허전합니다. 늦여름이라서 그런걸까요.. 조금 아쉬웠습니다.
강 아래의 수초를 뜯어서 만든 소스라고 합니다. 단순하면서도 은어의 맛을 잘 이끌어 냅니다.
이정도 크니 맛이 그나마 좀 낫습니다만, 초봄에 먹었던 아유보다 확실히 지방분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어쩄든 아유의 복잡다단한 맛을 즐길수 있었기에 헛걸음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은어내장과 된장에 가지를 익혀낸 음식입니다. 역시나 뚜껑을 여는 즐거움이..
맛이 매우 진하더군요.
비벼 먹으라고..
은어 내부에 된장 소스를 넣어서 익힌 요리입니다.
된장이 좀 달긴 했지만, 풍미가 진하더군요.
이번엔 그냥 사시미로 나옵니다. 아유하나로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네요.
이걸로 코스 요리는 거의 끝나고 식사의 차례가 왔습니다. 그릇이 아키타산의 향목으로 만든 도시락 전용 그릇이라고 합니다. 얇게 자른 나무를 굽혀서 만들어서 가볍고 튼튼하다고 합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입니다.
정갈하게 나왔습니다.
얼음물에 매실을 띄워놓은 심플한 형태인데 맛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새콤달콤한 과육질이 시원한 얼음과 만났습니다. 동양적인 디저트로 이상적입니다. 이 디저트가 넘 맛있어서 은어에 대한건 모든게 다 용서가 되었습니다.
확실히 여관이라고 하기엔 좀 허름한 면이 있긴했습니다. 하지만 그런게 시골 여관의 정겨움이겠지요. 그에 비해 가격대도 별로 시골스럽지 않습니다만..
여관의 아주머니께서 기모노바람으로 친히 은어가 잡히는 다카츠가와를 안내해 주시고 돌아가고 계시네요. 매우 인상에 깊었다는.
물이 맑고 깨끗하긴한데, 강이라고 부를수 있는 것인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더군요. 매우 귀여웠습니다. 좀더 놀아주고 싶었지만, 날도 덥고 다음 일정도 있어서리..
작은 마을인데도 신사가 잘 꾸며져있습니다. 좀 신기했다는..
참 한적한 마을입니다. 온천여행으로 가기 참 좋을 거 같습니다만, 이번엔 그게 주 목적은 아니였으니까, 이만 서둘러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납니다.
P.S. 보통 이런 미식 여행에는 무수히 많은 뒷이야기가 있고, 사실 그쪽이 음식 소개보다 재미면에 있어서는 훨씬 엑기스라고 할수도 있지만 온라인상에선 이야기를 할수가 없지요. 그런게 블로그의 한계이고 오프라인활동이 그 갭을 매워주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분간은 오프라인에 집중할 예정이랍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