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보다 민어가 늦게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번 한국행에서 결국 못먹고 만 민어를 이번 기회에 먹어보려고 아주 사소한 미식 번개를 쳤습니다. ^_^ 일본에서 한국 번개를 치려니 좀 까다로웠다는.. 잘가는 곳도 아니고 소문만 듣던 곳이라 더욱 그랬던거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믿음직스럽다는.. 신포시장안으로 구비구비 찾아 들어간 식당 앞에 전시되어 있더군요.
기본찬이야 별거 있겠습니까만, 간만에 한국식으로 한상 차려나온 식탁을 보니 조금 감동했습니다.
일본 소주입니다. 그래도 제가 주최한 번개인데, 멀리서 인천까지찾아오신 분들을 위해 준비해봤습니다. 사실 토미노 호잔은 일본에서 현재 가장 인기높은 고구마 소주입니다. 꽃과 같이 은은하고 그윽한 향이 일식 일품요리에 잘 맞죠. 민어랑 같이 먹을 소주라면 이정도가 딱 좋을거 같아서 들고왔습니다. 이 이상의 고급 소주는 좀 더 고급 음식에 맞추는게 좋습니다만, 사실 그건 개인 취향과 경제력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죠.
3명이 먹는데 대자 정도는 시켜야 회도 맛보고 전도 부탁할수 있습니다. 가격은 7만5천원이였던거 같습니다. 민어회는 별반 특별한 맛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이 많던데, 여름에 이 정도 물오른 생선을 맛보기도 쉬운 일은 아니죠. 저로서는 이 정도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두껍게 썰어서 씹는 맛도 충분했고, 부레라든가 다른 부위도 쫄깃해서 좋았습니다. 맨 앞의 어란은 맛이 너무 강하더군요. 아주머니께서 맨 처음에 먹으라고 하시던데 그러기엔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민어는 전이 예술이죠. 사실 저는 지금껏 말로만 듣다 이번에 처음 먹어볼 수 있었는데, 명불허전입니다. 그 두꺼운 살에 포함된 넉넉한 기름이 전이 되면서 적당히 녹아들어서 입안에 넣자마자 스르르 사라지더군요. 다만 좀 기름을 먹어서인지 너무 많이는 못먹겠더군요.
2차도 있기에 가볍게 먹어줬는데, 역시 민어탕은 큰 민어를 잡아야 맛있게 먹을수 있는거 같습니다. 너무 작아서 부속도 별로 없고 국물도 좀 떨어집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미식 동호회에서는 여름에 대형 민어 번개를 치는데, 그런때 큰 놈을 잡아서 탕을 끓이면 사골국물처럼 진국이 우러나온다고 하더군요. 전이야 혼자서도 대충 맛있게 먹을수 있겠지만, 탕은 역시 혼자서 미식을 해선 무리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이정도만 되도 가격대비로 좋습니다. 미식의 극한을 추구하는게 아니라 그냥 맛집에서 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싶으시다면, 부담없이 방문하셔도 됩니다. 그래서 바닥까지 열심히 긁어 먹고 왔다는..
신포시장 번개의 장점인데 주변에 먹거리집이 많습니다. 간단하게 간식으로 먹을 만두와 공갈빵을 사서 다음 장소로 출발 했습니다. 공갈빵은 제 입맛에 상당히 맞더군요. 인천에서 꽤 오래살았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