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오면 한식만 먹는 저로서도 가끔 와인을 마시고 싶을때엔 프렌치나 이탈리안을 찾아갑니다. 와인 수집이 취미인데 가끔 소비해주지 않으면 셀러가 터져나가니까요 ㅠ.ㅜ 혼자서는 거의 술을 마시지 않으니 이런때 번개를 열어서 마셔줘야죠. 이날은 최근에 생겼다는 성수대교 부근의 프렌치인 비앙에트르에서 와인을 세병 열었습니다. 코키지가 싼편은 아니지만, 뭐..
이 집은 이미 여기저기의 미식 블로그에 올라왔기에 제가 자세히 커멘트를 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프렌치 레스토랑 이름이 비앙 에트르라는 건 좀 독특하네요. 무슨 뜻인지 알고 붙인건지 살짝 궁금해졌습니다만, 이날은 단체모임이니 그런 질문은 삼갔습니다.
부부클리코였던가로 기억합니다. 이 집의 와인 리스트엔 싼 와인이 없는데다, 와인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프렌치 레스토랑은 음식이 아니라 와인에서 돈을 버는게 맞긴한데, 비싸게 받기위해선 제대로된 소믈리에를 써서 완벽한 서비스가 되어야 하죠. 비스트로에서 이런 컨셉이라는건 잘 이해가 안가더군요. 뭐.. 음식값이 그나마 한국에선 싼편이니 이해해줘야죠.(하지만 이것도 와인 가격에 상쇄되버린다는 단점이..)
칠링전에 한컷 찍었습니다. MR.K는 시네쿠아논이라는 미국 컬트와이너리의 레어한 디저트 와인입니다. VIN DE GLACE는 아이스와인을 의미합니다. 시네쿠아논이야 RP에게 절대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니, 와인좋아하시는 분들은 많이 들어봤겠지만, 이런 한정수량 초레어 와인의 존재는 잘 모르실 꺼라 생각됩니다.(연간 500병 생산이던가..) 저도 실물을 구하기전엔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마셔본 감상은 시네쿠아논의 명성에 어울리는 고급 와인으로, 과실 향도 풍부하고, 정말 진하게 단 와인이라는 것입니다.. 아직 숙성이 완전하게 되지 않긴 했지만 최소한 BA급 이상이였습니다. 이런 스타일은 단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정말 좋아하시겠지만, 단맛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좋아할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였습니다. 이번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도 몇몇 분들만 좋아하시더군요. 물론 저는 좋아하는 쪽이였구요 ^_^
요리명은 기억이 잘안나는데, 다른 분의 블로그에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별로 특이할것없는 요리였는데, 한국에선 먹어줄지 모르겠네요. 이런 스타일이 가니에르 스타일은 맞긴하고 요리 만드는데 잔손이 많이 들지만, 완벽하게 재료의 맛을 이끌어내려면 재료선정도 무척 어렵습니다. 근데.. 먹어봤는데, 맛이 그리 섬세하지 않더군요. 재료 하나하나가 살아있으면서 서로서로의 장점을 가리면 안되는데, 그런 스타일은 비스트로라는 컨셉하고 좀 안맞죠. 그랑메종이면 모를까…
짭짤하네요. 이 집은 전체적으로 본고장 프렌치를 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사실 그게 맞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맛이란 것도 문화인데, 꼭 남의 나라껄 따라해야 엣지있는건 아니죠. 이런 스타일의 요리엔 아주 묵직한 와인을 매치시켜야 하는데, 울나라나 일본에서 프렌치의 이미지는 산뜻한 부르고뉴와 오히려 닮았지요.
대충 메뉴들이 전부 간간한게, 와인없이 마시긴 좀 힘들더군요. 이때쯤 첫번째로 딴 본로마네05를 다 마시고 두번째로 팔레오 03을 열었습니다. 8명이 마시려고 세병을 준비했는데, 그정도면 적당하더군요, 약간 부족한 느낌이랄까.. 다만 대형번개로 가니 마시면서 서서히 와인이 풀어지는 모습을 감상할수 없는게 참 아쉬웠습니다. 미리미리 업소와 이야기를 해서 디캔팅을 해놓지 않으면 제대로된 타이밍에 와인을 마시는게 힘들더군요. 아니면 제가 대화에서 빠지고 와인을 서빙하는데 집중해야하는데, 이 날은 제가 호스트라 그러진 못했네요. 그래서 와인에 대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팔레오 03이야 신물와인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거 같아 사진도 안찍었습니다. 맛이 아주 좋더군요. 그럼에도 요리에 밀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보통 블로거들은 열심히 메뉴도 찍고 그러는데, 저는 그런게 안된다는.. -_-;; 아무래도 인기 블로거되는건 불가능할듯하고, 그저 몇몇 아시는 분들과의 정보 교류차원에서 운영해야죠.
이런 거 한접시 만드는데 공이 무척 필요합니다. 프렌치의 생명이 소스인데, 매 요리마다 소스가 다르죠. 심지어 한접시에도 여러 소스를 쓴다는.. 그래서 프렌치를 제대로 먹으려면 큰 레스토랑을 가야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비스트로에서 일일히 준비하기엔 넘 힘드니까요. 이 집은 비스트로면서 그랑메종급으로 준비를 잘하긴했는데, 아무래도 맛이나 음식을 내오는 타이밍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진 못하더군요.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용도보다는, 일류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요리가 어떤식인지 알아보는 목적으로 가기에 좋을듯 합니다…
뭐.. 특별할거 없는 메뉴는 안넣어주는게 저로서는 행복합니다만, 많은 분들이 저랑 같은 의견은 아닐테니까요.
첨엔 꽤 스타일리쉬하게 나오더니 중반을 넘어가니 가정식 요리가 나오네요. 이런 요리가 비스트로 풍이죠. 하지만 뭐, 제가 워낙 일식 프렌치에 입맛을 들여놔서인지 정통파 프렌치에 별 감흥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치즈 상태가 상당히 좋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치즈를 모아서 내오는게 쉽지는 않은데 말이죠. 근데.. 왜 이 타이밍에 치즈가 나오는 것일까요? 프렌치라서? 사실 프렌치 코스에서 치즈가 나오는건 메인이 끝나고 디저트가 나오기전에 남은 레드와인을 전부 마시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가급적 디저트 와인도 좀 시켜달라는 의미에서) 제공되는 겁니다. 디저트를 레드와인에 마시는건 좀 아니죠. 근데 이 집은 치즈를 너무 많이 줬습니다. 딱 레드와인을 소비할 만큼 자신이 주문하는 대로 썰어서 내와야 하는건데 말이죠. 만약 레드와인을 이미 다 마셨다면, 치즈는 대체 어떻게 먹으라는 말인지.. (설마 간식으로..)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게 어렵다고 하는데,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맛은 서민의 맛이랄까..
오크통에 숙성한 식초인데, 선물용으로 좋다고 해서 샀습니다만, 맛은 그냥그냥..
이것도 평범.. 디저트가 강하다고 하는데, 그냥 종류만 많은게 아닌가도 싶네요. 만드는데 고생한 흔적은 보입니다만, 그것만으로 미각을 만족시킬순 없는 노릇이죠.
이 과자는 매우 만족스러워서, 이것만 따로 포장해서 판다면 사가고 싶었습니다. 워낙 달아서 대부분의 참가 멤버들은 한입먹어보고 포기하시던데, 이정도 단게 저같은 사람에게는 먹힙니다.
사실, 단맛이라는 감각은 일반적인 성인 남성은 제대로 느끼질 못합니다. 단맛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져서 왠만큼 달면 그냥 달다!가 되버리죠. 반대로 아이들과 여성분들는 민감하게 단맛을 느끼고 기쁨을 얻습니다. 단적인 예가 서양 골동 양과자점이라는 만화의 주인공들인데, 맛을 추구하는 미식가라고 해서 단것을 무작정 찾지는 않습니다.
누군가가 단맛을 좋아하는건, 감각기관이 그렇게 되어있기때문으로, 노력이나 교육에 의해서 바뀌어질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몸이 안받아주면 어쩔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 단맛을 좋아하고 같이 돌아다닐 분이 근처에 있으면 그건 운이 좋은 것이죠.
다음에도 이와 비슷한 모임을 기획해서 모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요즘은 너무 바빠서 하루 24시간 일만 하는 느낌입니다만 ㅠ.ㅜ 좀 한가해지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