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동경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친구들 보고 맛집도 방문하고 왔는데, 역시 동경이 좋더라는 ^_^ 자주 가봐야겠습니다.
동경에 도착하자 마자 간곳은 시나가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아로마 클라시코입니다. 전설적인 가격대비 퍼포먼스로 유명한 아자부주방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아로마 프레스카의 자매점이죠. 아로마 프레스카도 꼭 가보고 싶은 집이긴 하지만 예약이 무척힘든데다가, 자매점의 평판도 본점 못지않고, 리즈너블한 가격의 점심 코스도 있는데다, 위치도 좋아서 예전부터 꼭 가고 싶던 집이였습니다. 이번에는 결혼해서 동경에 살고 있는 후배 내외와 함께 방문했습니다.
시나가와 역과 그리 멀리 떨어져있진 않은데, 위치가 찾기 좀 애매합니다. 아이폰으로 찾아본 다베로그 지도도 이상하게 표시되어서 조금 돌아갔습니다.
서비스나 분위기가 약간은 캐주얼 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시나가와의 도심속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 통유리로 된 전망도 상당합니다. 데이트로 분위기 잡기에 좋을듯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창가쪽 테이블은 와인을 마시며 느긋하게 오후를 즐기려는 – 중년의 – 커플들이 차지하더군요. 파스타 런치가 3000엔, 거기에 메인 하나 붙여서 4800엔 코스인데, 이 정도 분위기에 이 가격이면 너무나 리즈너블해서 감지덕지하지요. 종업원이 무리하게 와인을 권하는 분위기도 아니여서 더더욱 맘에 들었습니다.
올리브잎을 다려낸 것이라는데, 지중해풍 보리차? 라는 느낌이.. 이탈리아 식당의 특별함이라고 해야겠지요?
좀 비싼 식재료가 나오네요. 제가 시킨 산비둘기 지비에에 뿌려보는게 어떻냐고 가져나왔습니다. 가격은 2000엔정도.. 좀 망설이다 뿌려달라고 했는데, 트뤼플의 상태가 그냥 그래서인지 쓴 돈만큼의 가치는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맛있는 편..
제가 시킨 전채입니다. 부리가 얇게 썰어져나오는데, 갠적으론 좀더 두껍게 나오는게 좋지 않았을까합니다. 제가 일본식의 부리 사시미에 익숙해서 그런거겠지만요. 소스의 새콤함이 잘 살아있어 애피타이저로 좋더군요.
앙코는 팥이 아니라 아구간이죠. 히라타 붉은 파와 튀겨낸건데, 이것도 요리 상태는 매우 괜찮지만, 일본식 앙코 요리에 비하면 좀 처지는 느낌이네요.
오키나와산 아구돼지의 소세지 발사미 소스 폴렌타를 곁들여서
이 소세지도 맛있었습니다. 질좋은 돼지고기를 굳이 소세지로 만들어 먹을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양도 많고 소스와 감자의 조리도 훌륭해서 감동이였습니다. 양 작은 사람은 전채만 먹고도 배가 부를듯 하더군요.
파스타 메뉴는 두개 시키면 셋이 먹을수 있게 한사람당 두 접시씩 나눠서 내준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오늘의 파스타, 아스파라거스, 호타테, 트뤼플이 들어간 크림 파스타
여기도 트뤼플이 한가득.. 향이 풍부하네요. 제가 트뤼플 이야기를 하니 후배 부인이 얼른 열심히 먹으라고 그러네요. 좋은 땝니다. (저는 언제 좋은 떄가 찾아올지 ㅠ.ㅜ) 파스타 자체는 약간 더 삶아진 느낌입니다. 대중취향이랄까요. 저는 좀더 얇고 씹는 맛이 있는 쪽을 선호합니다.
자가제 살시챠와 목이버섯, 비에트라 치리멘 양배추의 리조토
이 버섯 리조트는 사실 시킬려고 시킨게 아니라 -_-; 후배 부인이 생선을 못먹는 관계로 시켜본 메뉴입니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임팩트가 좀 부족하더군요.
생각해보면 3000엔의 파스타 런치를 시켜도 여기까진 나오는 셈이니 양으로 보면 절대 적지 않습니다. 저 이외에는 이미 다 넉아웃 상태.. 이제 부터 메인인데, 처음에 너무 달렸나봅니다.
오늘의 특선요리 산비둘기 지비에, 화이트 트뤼플을 올려서
지비에는 수렵이 해금되는 시기인 겨울철에만 먹을수 있는 별미죠.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에 취급하는 레스토랑도 많지 않은데다, 취급한다해도 정규메뉴로 올라오는 일은 거의 없고, 그날 운이 좋게 재료가 들어와야 맛볼수 있기에 이런 기회를 놓칠수 없어서 시켰는데 기대대로 대만족이였습니다. 간이 약간 세긴 했지만 사육된 고기에서는 느낄수 없는 야생의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고기 하나에서 다양한 부위가 나오고 그 하나하나에서 개성 넘치는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였습니다. 역시 겨울엔 지비에라는..
숯불로 구운 이탈리아식 스테이크인데 2인분 부터 주문이 가능합니다. 사진엔 그 크기가 잘 표현이 안되었는데 작게 나온 조각하나가 왠만한 레스토랑 메인정도 크기입니다. 인당 250그램쯤은 되보이더라는.. 크기에서 일단 압도당한후에 맛을 보니 맛도 장난아닙니다. 고베규 스테이크도 먹고 완전 방목소라는 아카게 와규 스테이크도 먹어서 왠만한 스테이크는 다 섭렵했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숯불로 절묘하게 활성화된 지방때문에 쥬시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두터운 양에서 나오는 씹히는 맛에는 말로 할수 없는 박력이 있더군요. 진정한 남성적인 스타일의 스테이크였습니다. 양이 너무 많이 나오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제가 2/3를 처리했는데, 이런 맛있는 스테이크를 저혼자 독차지하게 되서 조금 미안하더군요. 그러게 평소에 열심히 단련을 해야..
첨엔 사탕인줄 알았는데, 셔벗이라네요. 스테익을 먹는 도중에 입가심하라고 준건데, 다 먹을때쯤 발견했다는.. 레몬의 신맛에 정신이 번쩍듭니다.
드디어 디저트 타임입니다. 이 집은 디저트도 돈을 따로 안받고, 택스도 없어서 정말 부담이 하나도 없네요. 이만한 집을 가본적이 언제였던지..
유명점에서 파는 것정도로 맛있네요. 저로서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긴했는데, 다음 기회에 방문해서 제대로된 코스를 맛봐야죠.
이건 그냥 그냥.. 너무 달다고 하는 평인데, 저한텐 평범했다는..
커피가 들어가 있어서 약간만 맛을 봤는데, 수준 높습니다.
민트 티도 맛있네요. 사실 좀더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는데, 이날은 일정이 너무 빡세서 금방 일어났습니다. 다음에 고기 좋아하는 친구 or 연인(언제 생길진 모르지만..)과 같이 오고 싶은 레스토랑이였습니다. 미녀 부인을 둔 능력자 후배가 새로 일본 생활을 시작했기에 그 기념으로 이날은 제가 기분좋게 쐈습니다. 맛있는 집일수록 쏘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날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