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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의 나베 파티

나이먹고 일도 한창 바쁘고 애인도 없는 저같은 사람에게 크리스마스라고해서 특별히 무슨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끝나면 조용히 케익을 안주삼이 와인이나 마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나베파티 연락이 왔습니다. 잘 아는 이자카야에서 신문기사에 나가는 사진을 찍는데 나베를 먹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간이 널널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을테니 제가 가장 적임자였겠죠.

전경

한쪽에선 신문사의 카메라맨이 촬영지시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신문사 주도로 겨울한정 특선나베를 지역의 다양한 식당에서 내는 기획인데, 그 홍보기사를 쓰기위해 모인 자리였습니다. 저야 그냥 먹는 역할이였구요. 그런데 알고보니 그 담날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홍보사진이 나왔더라는.. 어찌되었건 밥값은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세한 기사는 여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www.sanin-chuo.co.jp/news/modules/news/article.php?storyid=517007004

인당 1890엔의 나베 4인분

촬영용이라서 때깔이 더 곱습니다. 실제로 시켰을때 이정도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_^ 아구, 방어, 게 등등인데 게가 엄청나게 맛있었습니다. 특이하게 꼬막조개로 국물을 내는데, 이게 별미라고 하더군요. 근데 저는 그것때문에 국물이 맛있어 졌는지는 잘모르겠습니다.

이런국물에 투하합니다.

미소베이스인데 진하진 않네요. 첨엔 겐친지루같은건가 생각했는데, 정통적인 나베였습니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서 맛이 시원했습니다.

게도 넣습니다. 인증샷..

이 게가 마츠바가니라는 종류인데, 제가 먹어왔던 게랑은 차원이 다르더군요. 신선담백의 극치입니다. 동해 부근에서 잡힌다는데, 한국쪽엔 먹는 사람이 얼마 안된다고 하더군요.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다시 한국가서 확인해봐야겠습니.

아마사기의 식초무침

맥주 안주입니다. 이런 간단한 안주마저 맛있는거보면 역시 이 동네 겨울은 미식의 시즌이네요.

유즈고쇼, 생강

입맛에 따라 생강이나 유즈고쇼를 넣어 먹으면 됩니다. 저는 생강을 넣었는데 맛이 한층 좋아지네요.

아마사기 뎀푸라

아마사기라는 생선은 민물고기인데 요즘엔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하네요. 올해 처음 들어왔길래 뎀푸라로 시켜봤는데, 그 맛이 지금까지 먹어봤던 생선튀김중 최고였습니다. 뎀푸라엔 역시 재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튀김공력자체야 초 일류급은 아닌데, 아마사기는 뼈가 딱딱하지 않아서 거의 손질없이 통채로 튀기니 담백한 부드러움 그 자체입니다. 흰살 생선 튀김의 왕도를 보는 듯 했습니다.

요코와

어린 참치를 요코와라고 한답니다. 일반적인 아카미보다 훨씬 부드럽네요.

야채 튀김

이것도 굳.. 근데 이제부턴 좀 양이 많아서 맛이 잘 기억이 안난다는

요코와, 타이, 이카 스시

간만에 젓가락을 쓰지않는 스시를 먹어봅니다. 밥이 스시용치곤 좀 질었지만, 이자카야에서 나오는 레벨로 보면 상당합니다. 전에 비슷한 컨셉의 오사카의 미나도에서 먹었던 거 보다 나았습니다. 이 정도면 굳이 일식을 먹으러 멀리까지 갈 이유가 없네요.

협찬 케익

크리스마스라고 디저트로 케익까지 챙겨주셨습니다. 모 제빵교실 선생님의 작품이라는데 중간에 딸기가 송송 박혀있어 맛있었습니다만, 배가 터져 죽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챙겨주시는데 안먹을수도 없는 일이죠.

혐찬케익2

자리를 옮겨 나베 파티 멤버끼리 노래방 겸 주점에 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베파티에 나올 정도로 -_- 아무 대책이 없었던 멤버들이였으니 나름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겨울 가기전에 다시 나베파티 하자는 약속도 했구요. 여기서도 케익이 나와서 같이 나눠 먹었는데, 저 정도 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 분위기에 살아남기 힘들었을거 같습니다.

슈톨렌

독일식 크리스마스 빵인데.. 제 원래 계획은 이 빵에 에곤뮬러 리즐링으로 혼자서 쓸쓸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거였습니다.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못먹고 담날 아침 밥으로 -_- 슈톨렌과 와인-_-을 먹었습니다. 근데 이거 정말 무식하게 달더군요. 겉은 완전 설탕이고 안은 설탕에 절인 빵-_- 섬세한 맛이 없어서 절반만 먹고 버렸다는…

과일타르트 케익

역시나 와인 안주로 선택한 케익입니다. -_- 이 케익가게의 과일 셀렉션은 동경 어느 가게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더군요. 케익 자체의 수준도 나쁘지 않으니, 킬페봉 갈꺼면 그냥 이 집에서 사먹겠습니다.

이것으로 올해의 크리스마스도 그럭저럭 잘 넘겼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냥 혼자서 지내는거보다 아주 약간 나은 정도? 였지만,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이런 페이스로 내년에는 싱글 탈출 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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