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시마에서 원래 가려던 곳이 있었는데, 밤이 늦어서 라스트 오더 시간이 간당간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줄이 길더군요 -_-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거지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닭꼬치 전문점 산적입니다. 일본어로는 산조쿠라고 합니다. 이 집은 아시는 분의 단골이라서 들어가자마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메뉴판도 가격표도 안보고 주인장에게 그날 뭐가 맛있는지 물어보고 대충 주문해도 되는게 이런 집의 장점이지요.
기본안주
고기, 야채 조림입니다. 식어서 나와서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이 집은 전반적으로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서 음식을 만들더군요. 가족적인 분위기도 맘에 들었고, 매우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닭꼬치 먹으러 어디 다른데 갈 이유는 없을 듯하네요. 이번 가게에선 적당히 술에 취해서인지 떨사가 많았습니다. 정신 수양이 덜된 증거죠. 요즘 젊은 파워 블로거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저처럼 대충 끄적끄적 블로그 하는 사람과는 음식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더군요. 저도 분발해야하는데 넘 게을러서 말이죠. 괜히 lazy가 아니라는..
카고시마산 고구마소주 이사마이의 미즈와리
프리미엄 소주와 비슷한 레벨의 저렴한 소주라고 해서 마셨는데, 향이 좀 부족한거 빼곤 괜찮았습니다. 술꾼에겐 이 정도가 딱 적당하죠. 게다가 프리미엄 급으로 들어가면 가격이 올라가니까요.
사사미와 레바
닭가슴살에 와사비를 바른 것과 닭간을 구워내왔습니다. 예전에 동경 일류 닭꼬치집인 이세히로에 간적이 있었는데, 거기랑 별 차이 없습니다.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다 되서 서둘러서 시켜서인지 먹을 타이밍에선 식어있긴 했지만, 여유를 가지고 주문하면 최상의 맛을 즐길수 있을 듯하더군요.
네기마
네기마는 적당히 태운 파가 진짜 포인트인데, 맛의 포인트를 정말 잘 살렸네요. 주인 아저씨가 50년동안 닭꼬치를 구우셨다니 이정도 실력은 기본이시겠지요. 최근에 이렇게 심각한 떨사를 찍은 적이 없는데 이날은 기분이 너무 업되었나 봅니다.
아스파라거스
제가 아스파라거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신선한 향과 맛을 잘 살려서 나왔습니다. 봄에 먹으면 제격인데 겨울도 괜찮네요. 크기가 좀 작은게 아쉽지만, 이쪽이 굽기가 쉬워 맛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마늘
이집의 특별 메뉴인 마늘입니다. 조리 방법이 특별한게 아니라 그냥 통마늘을 기름에 쪄낸 메뉴인듯한데, 워낙 좋은 재료를 쓰기 때문에 거의 원가에서 아무것도 남기는 것이 없다고 하네요. 이래서야 장사를 하시겠다는 것인지.. 비싼 재료는 비싸게 받으셔야죠.. 안타까운 마음에 하나도 남김없이 해치웠습니다. 기름 먹은 마늘에서 닭고기 같은 고소하고 담백한 풍미가 나는데, 약간 매운 된장이 살짝 남은 느끼함 마져 잡아주네요. 이날의 베스트 메뉴로 선정합니다.
은행
연초니까 ^_^ 오세치 스타일로 은행도 한 줄 시켜봅니다.
레바
다시한번 시켜봤습니다. 이번엔 살짝 시찌미를 뿌려봤습니다.
닭꼬치만 생각하면 이 이상의 집은 없을듯하네요. 이렇게 먹고도 인당 2천엔 조금 넘게 나왔으니까요. 하지만 뭔가 술자리의 끝으론 부족한 느낌이 든것도 사실입니다. 마지막은 라멘이나 소바같은걸 먹어줘야 하는데 이동네선 괜찮은 면류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몬자야키를 먹을순 없잖아요 ^_^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3차로 집근처 단골 바에 한잔 마시러 갑니다. 그곳에서의 시간도 무척 재밌었지만, 워낙 좁고 프라이버시도 있어서 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간만에 미식으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이런 날도 있어야 사는 낙이 있지요. 모임을 주최해주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