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한국분이 동경에 놀러올때 어디를 데러가야 할지 많이 망설여집니다. 맛있고 분위기좋은 음식점을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게 쉽지가 않죠. 한국분들이야 대부분 주말을 끼고 오시는데다 여행경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생각해 드려야 하는데, 싸고 맛있는 집들은 주말에 거의 예약잡기가 어려우니까요. 거기에 여행 스케줄과 동선을 고려하면 더더욱 고민할게 많아지죠. 그런 의미에서 라 베톨라는 상당히 이용성이 높은 집입니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있긴 하지만 긴자에 있는데다 점심은 사전예약없이 당일 아침에 가서 예약하는 방식이고, 가격은 거의 원가 수준인 2000엔, 3000엔인데다 맛이야 두말할 것 없으니까요. 이 정도로 완벽한 조건의 집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_^
9시에 갔는데 제 앞으로 17명이 대기중이더군요. 사진은 10시쯤 풍경입니다. 10시에 자리를 예약받으러 직원이 나옵니다. 이 정도 길이면 뒷쪽 사람들은 못먹고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인기점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감수할만 합니다. 한명만 줄서도 되고 10시에 예약하고 나서는 11시 반 개점시간까지는 긴자를 자유롭게 돌아다닐수 있으니 그것만해도 감지덕지해야죠.
글래스로 마실려다 인원수가 좀 되서 병으로 시켰습니다. 고수분들이야 사이다맛 싸구려 달다구리 와인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초보분들이 마실때 거부감이 없는데다 알콜 도수도 낮아서 시켰습니다. 점심때 마시기로 이 정도로 적합한 와인도 별로 생각이 안나네요. 낮술은 위험하니까요 ^_^
양이 엄청 많더군요. 하나 시켜서 세명이 나눠먹어도 되겠더라구요. 이 가격에 이렇게 나와도 되는건가.. 미안한 맘이 들정도 입니다. 설탕을 친건가 의심스러운 달콤한 토마토와 목장에서 바로 가져온듯한 신선함이 살아있는 모짜렐라 치즈와 역시나 바로 딴 듯 신선한 바질을 삼합으로 먹으면 기분까지 산뜻해집니다. 다만 예전엔 한입사이즈로 나와서 먹기가 편했는데, 이번엔 사이즈가 커서 삼합만들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아.. 이번에도 먹기전부터 양과 디스플레이를 보고 감동합니다. 신선해 보이는 핑크빛 육질과 예술적인 지방의 마블링, 각이 살아있는 단면등등, 먹기전에도 맛이 어떨지 상상이 갔지만, 직접 먹어보면 또다시 감동하게 됩니다. 상쾌한 봄날의 정취를 고작 햄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프로슈토와 자가제 햄 샐러드
야채도 프로슈토도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전채의 양이 넘 많아서 이정도는 손이 잘 안가게 되더군요. 이게 아마도 A코스쪽 메뉴였을껍니다. 제대로 드실꺼면 가급적 B코스를 드시기를 권해드립니다 ^_^
이것만 해도 딴 식당에선 3000엔짜리 정식메뉴로 나올만 합니다 ^_^ 빠지는 메뉴가 없더군요. 그치만 이집에선 모듬메뉴보단 여러명이 가서 이것저것 시키는게 나을 듯합니다. 뭐.. 혼자가면 이거하나 시켜 먹는게 베스트겠지만요..
고르곤 졸라 파스타
제가 젤 좋아하는 메뉴인데, 오늘은 상태가 좀 별로네요. 너무 삶아졌습니다. 항상 일정한 수준이 아니라 퀄리티가 왔다갔다 하는 듯합니다. 예전엔 환상이였는데, 지금은 그냥 그냥..
이 집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디저트, 티라미스 케익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첫 입맛은 부드러운데 뒷맛은 쌉사름한 전형적인 티라미스인데, 완성도가 상당합니다. 저야 몇번이나 먹어봐서 특별한 느낌이 없습니다만, 처음 드시는 분들은 누구나 만족하는 메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