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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등반기 part 2

나나고메에서 하치고메까지는 돌산이라서 올라가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이드가 없이 올라가는 거라면 밤에는 좀 위험하겠더군요. 그리고 나나고메까지는 무리해서 반팔로도 올라올수 있지만, 하치고메 이상은 파카등의 방한 대책이 없으면 올라갈 수가 없을 정도로 바람도 세고 추워집니다.

하치고메 부근의 풍경은 좀 황량합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3250미터니 3700미터의 정상까진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제부터가 진정한 후지산 등반길이였습니다.

후지산 5대호수의 풍경

구름들

하치고메에서 정상까지는 코스도 어렵지 않아서 금방 올라갈 줄 알았는데, 고산병때문에 정말 오르기가 힘들더군요. 세걸음 걸으면 맥박이 빨라져 한번 쉬어야할 정도 였습니다. 다스베이더처럼 가쁜 숨을 내쉬며 겨우겨우 올라갔는데, 하늘도 무정한지 – 아니면 중간에 너무 많이 쉬었던지 딱 해가질때였습니다. 그래서 정상에 도착했어도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ㅠ.ㅜ 너무 힘들어서 카메라 꺼낼 기력도 안나더군요.

그래서 대충 찍었습니다.

동경도의 풍경

물어보니 정상 표시가 있는 곳은 다시 한시간을 더 가야 한답니다.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그냥 GG치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정말 파란만장해서 중간에 길을 잃고 헤메다 – 하치고메에서 이정표를 잘못봐서요 – 다른 현으로 내려가서 비싼 돈내고 야간 택시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겨우겨우 예약된 숙소로 돌아간게 밤 2시였는데, 그것도 너무 늦게 체크인해서 취소될뻔했습니다 ㅠ.ㅜ 만월에 가까운 달이 있었기에 깎아지를듯 험난한 하산코스임에도 그나마 무사히 돌아올수 있었지만, 정말 정말 위험한 상황이였습니다. 간만에 정말 빡세게 – 죽을 각오를 하고 등산을 하고 왔습니다. 왠만하면 다시 도전하고 싶지 않네요 ㅠ.ㅜ

내려오는 길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은 없습니다만, 호수 주변에서 열리는 불꽃놀이가 작은 보석처럼 반짝이는게 아름다웠습니다. 불꽃놀이를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더군요. 즐기기엔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무척 부족했습니다만..

만약 다시 도전해야 한다면 시간을 아주 넉넉하게 잡고 가겠습니다. 정상인이 올라가는데 5시간 내려가는데 3시간이 든다고 하는데, 최소 7시간 5시간 정도로 잡고 일정을 세워야 무리 안하고 다녀올수 있을 듯합니다. 장비도 잘 챙기는건 두말할 필요없겠죠. 간혹 비가 올수도 있으니 우비도 준비하고, 장갑도 필요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체력이 기본이겠죠. 고산병은 어쩔수가 없으니 열심히 쉬면서 올라가는 수 밖에요. 즐겁다기보단 빡센 일정이였지만, 그래도 후지산에 한번 올라가봤다는 – 일본의 정상에 서봤다는 – 뿌듯함은 남네요. 당분간은 체력 회복에 집중해야 겠습니다.

P.S. 돌아오는길에 오다와라의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미유키 해상 불꽃놀이를 고속도로에서 봤는데 정말 멋졌습니다. 내년엔 꼭 방분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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