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동안 이인관 거리를 돌고 에약시간에 맞춰 다시 기타노 호텔로 돌아옵니다. 웨딩이 한창 진행중이였습니다. 젊은 신랑신부와 밝은 웃음의 하객들을 보자니 저도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라는 생각도 잠시 스쳤습니다.
일단은 배가 고프니 밥이 먼저지만요 ^_^
이그렉은 기타노 호텔의 지배인을 겸하고 있는 야마구치 쉐프가 프로듀스한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이 동네에서 평판이 좋은 레스토랑으로, 교토의 기옷토네처럼 마루노우치에 분점을 내기도 했습니다. (분점의 평판은 나쁘지는 않은데 특별할 것도 없다, 인듯 합니다만.)
이그렉 자체가 약간 캐주얼한 분위기라서인지 아주 비싼 메뉴는 없더군요. 이날은 식전주와 디저트가 포함된 리뉴얼 특별 메뉴가 있어서 시켜봤습니다. 가격은 약 4400엔이였습니다.
색이 독특한데 진저에일과 로제 와인을 섞었다고 합니다. 가볍고 약간 쌉쌀하면서도 상큼하고 달콤한 맛입니다. 단맛이 약간 있긴하지만 가벼운지라 식전에 입가심으로 좋습니다. 고베에 찾아온 것을 환영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치현산 고등어와 도미의 마리네/비츠를 샐러드 풍으로
화이트와인 식초의 쥬레와 함께
생선의 선도, 야채의 신선함이 완벽합니다. 한입 먹어보고 일본의 식재료를 프랑스식으로 재해석한 일식 프렌치의 전형을 볼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따끈하게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맛이야 뭐.. 이 집은 말하자면 빵이 스페샬리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_^
그냥 보기엔 재료가 약간 부실해 보일수 있으나, 식사와 함께라면 이 정도가 딱 좋더군요
재료도 색도 봄의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걸 이대로 먹는 건 아니고..
고치현 슈쿠모항에서 직송한 생선의 포와레와 시골풍 스프의 코콧트 요리
신선한 재료와 반짝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부족함없는 요리솜씨가 한데 어우러져있습니다.
푸근한 봄의 기운을 요리에서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손과 정성이 많이가는 요리라야 일부러 외식하러 나온 의미가 있겟죠. 갈비나 회같이 재료의 질로 승부하는 집은 이 돈이면 재료사서 집에서 해먹는게 더 맛있는데 라는 생각때문에, 맛있게 먹고도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들때가 많습니다. 본전감각때문이라도 프렌치를 좋아하게 된거 같습니다. ^_^
트라토리아 몰토에서 먹은 스테이크가 참 감동이였는데, 여기도 굽는 솜씨는 그에 못지않습니다. 다만 점심코스라서인지 소고기 질은 약간 떨어지는데, 찍어먹는 소스가 그걸 커버할 만큼 예술이였습니다. 마치 부드러운 초콜렛을 케익을 먹는 듯했습니다. 저녁때 오면 과연 어떤 메뉴가 나올지 기대되더군요.
선도야 두말할것없습니다. 맨날 일이 바빠 냉장고에서 몇일 묵은 샐러드만 꺼내 먹다가 방금 딴듯 신선한 샐러드를 먹자니 입이 놀라는것 같습니다. ^_^
케익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가슴이 두근두근할 장면이지요. 이 집의 자랑인 케익중에 하나를 골라서 먹을수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게다가 저는 혼자 방문했기에 ㅠ.ㅜ 한개밖에 고르질 못한다는 제약도 있구요.
그리고 제가 시킨 스트로베리 치즈케익과 망고 셔벳입니다.
치즈케익의 농후함과 베리류의 향긋함을 동시에 즐길수 있습니다. 치즈케익은 보통 느끼하기에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워낙 산뜻한 맛이라 인정했습니다. 이 정도면 전국구에서도 통할듯합니다. 동경쪽의 가게와 비교해봐도 수준급이고, 고베나 오사카 쪽에선 이 이상 하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처음서부터 끝까지, 식전주부터 디저트까지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최근 고베에서 가장 잘나가는 레스토랑이니 처음부터 기대가 많았습니다만, 그 기대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은 멋진 요리가 나왔습니다. 예전에 고베에 와서 영 이상한 식당을 가서 실망했던 안좋은 추억이 싹 날아갔습니다. 얼른 대박터져서 고베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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