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작은 스시 집이 하나 있습니다. 괜찮은 곳이라 예전부터 소개하고 싶었던 곳인데, 이번에 어떻게 운이 좋아서 카메라를 들고 갈 수 있었습니다.
관광지이긴 하지만 한적한 주택가의 한가운데라는 느낌입니다. 해가 저물때 쯤 찾아갔는데. 이런 집은 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그걸로 끝인지라 일찍일찍 가는게 이득입니다.
스시에는 니혼슈가 잘 어울리죠. 이 집에선 지방 특산주 하나밖에 시킬수가 없어서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만, 우려와는 달리 마실만한 니혼슈가 나오더군요.
보통 이런 스시집이 다 그렇듯. 주방장 오마카세를 시키면 알아서 잘 나옵니다. 철이 아니라 물이 오르진 않았지만, 나름 괜찮더군요.
하마치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데, 아카미를 가져다 주시네요. 사진을 너무 열심히 찍었나 봅니다. 이번 코스엔 오토로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아카미만으로도 충분히 참치맛을 즐길수 있었습니다..
사진이 노랗게 나왔지만, 평범한 오징어 스시입니다. 신선한 이카라서인지 씹는 맛이 좋네요. 하지만 오징어는 아무래도 맛이 연하니 밥의 양을 조금 적게 내왔어도 좋을뻔 했습니다.
기름이 잘 오른 가을 연어를 토치로 살짝 그을린 스시입니다. 역시 연어는 아부리가 제맛이죠.
꽤 큰 에비를 씁니다. 에비야 워낙 흔한 재료지만, 이 정도라면 먹을만 하더군요..
약간 녹은듯도 하지만, 스르르 녹는 환상적인 맛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박력있게 내주시더군요. 보통은 크기가 작게 나오는데, 이 집은 오사카식 스시라서인지 호쾌합니다. 그렇기에 에도마에식의 깔끔함은 부족하지만,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식사용이라든가 반주용으로 전천후로 이용가능한 메뉴라 좋습니다.. 서민을 위한 동네 스시집으로 이 이상은 필요가 없을지 모르겠네요.
이날의 베스트였습니다. 빅사이즈의 소라인지라 초밥이 쥐어지네요. 그 신선함과 쫄깃함의 밸런스는 전복을 능가합니다.
물론 게의 제철이 겨울이긴 합니다만, 이정도 큰 사이즈로 나와주면야 불만이 있을리 없죠.
살짝 소금이 얹어져 있습니다. 준비한지 좀 오래된듯 베스트컨디션은 아니였지만, 사이즈가 꽤 크니 입안에 꽉차는 느낌이 들더군요.
서비스로 나온 따끈 따끈한 가지요리입니다. 제가 가지요리 좋아하는 건 어찌아시고.. 일본풍 다시가 잘 배어 있습니다. 서비스 요리치곤 넘 맛있네요.
스시집 네타의 정번이지요. 쫄깃한 문어와 찰진 밥의 밸런스가 절묘합니다.
장어는 일반적인 장어집의 맛입니다만, 손질이 잘 되어있네요.
스시를 쥐어주고 남은 부분을 이렇게 끓여서 내주시더군요. 약간 쌉싸름한 소라 내장의 맛이 일품입니다. 니혼슈가 이렇게 맛있게 느껴진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소스가 좀 진해서 스시맛이 묻히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징어 다리는 그냥 구워 먹어도 맛있죠.
역시나 오사카식 다운 푸짐함에서 일단 먹어주고 들어갑니다. 재료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먹으니 기쁘기 그지없군요.
평범하네요. 워낙 다른 스시들이 좋았기에 이정도는 그냥 눈감아줄수 있습니다.
다마고가 나오기에 쉐프 오마카세 코스의 마지막일줄 알았는데, 술안주로 먹으라고 약간 더 주시더군요. 맛은 좋지만, 슬슬 배가 불러오더군요.
선도 괜찮았습니다. 이걸로 오마카세 코스는 끝이고, 이제부터 오코노미로 먹어줍니다.
소라가 넘 인상적이여서 다시 시켜봅니다. 이번엔 불쑈가 제대로 찍혔네요 ^_^
요렇게 꺼내서 먹으면 됩니다. 맛이야.. 물론 베스트오브 베스트죠
다시 먹어도 굳입니다..
이번엔 아나고를 스시가 아니라 그냥 내달라고 부탁했는데, 역시 스시쪽이 훨씬 맛있습니다.판단미스였다는..
이렇게 배불리먹고, – 사실 재료를 거의 거덜내서 뒤에 이용하실 분들에겐 조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는.. – 테이크아웃도 부탁해서 싸들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인당 5000엔밖에 안나왔습니다. 맛으로든 양으로던 가격으로든 너무나 만족스러운 집입니다. 자주까지는 모르겠고, 계절별로 한번씩 들려서 지역 특산물을 맛봐야 겠다고 다짐 해봅니다.
후아, 저정도 나오고 5000엔이면 좋은데요?
도쿄라면 나중에 한번 들리겠는데 이즈모란 게 좀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