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가네타카나와는 동경의 베버리힐즈라고 할수 있는 고급 주택가입니다. 주택가라서 관광스폿은 얼마 없습니다만, 친한 친구가 그 곳에 살고 있기에 동경에 방문했을 때 자주 들리게 되네요. 이번 동경 여행에도 그 근처 적당한 식당에서 가볍게 점심을 하면서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자 동네라 해도 그 동네 사람들 나름의 고충이 있는 법인데, 듣고보니 참 어디서나 교육문제가 심각한거 같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인지.. 저는 별로 돈 쓴 기억도 없고 학원도 거의 다니지 않았는데, 요샌 저같은 애는 별로 없나봅니다. 유치원을 어디 들어가야할지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니.. 참..
어쨌든 점심시간이고 배토 고프고 하니 좀 먹어줘야죠. 오레키스, 아니 영어로는 오렉스 OREXIS라고 하는 프렌치인데, 인터넷의 평가를 보면 맛이 특별히 뛰어나지는 않은데, 동네가 동네이다보니 가격대가 살짝 비싼 집인듯 하네요. 하지만 런치에 저렴한 메뉴가 있고, 룸을 잡아서 조용히 식사할 수도 있고, 서비스도 뛰어나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동네에서 꼭 필요한 컨셉의 맛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면 굳이 와볼 필욘 없겠지요.
물컵
가게가 고급일수록 물컵이 얇아지는데, 이 집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초 일류 프렌치 분위기입니다 ^_^
무염버터와 유염버터
동시에 내주는 집은 또 처음이네요. 건강에 개의치 않고 유염버터를 마구마구 발라 먹었습니다. 이날은 좀 달려줄 예정이라서요. (아직도 그 후유증이..)
어뮤즈 부쉬, 거품을 낸 우엉과 레몬그라스 아이스크림
완전 일본 풍 프렌치네요. 우엉의 흙냄새 나는 질감이 부드러운 거품을 만나니 특별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재료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사람에겐 매우 친숙한 맛이네요.. 외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인상에 오래 남지는 않는 요리지만, 동네 프렌치라는 의미에서 보면 자주 와도 질리지 않는 메뉴는 높히 평가 해줘야겠지요.
빵
플레인 바게트 빵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집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몇번이고 리필을 해먹었습니다.
컬리플라워의 블랑망제 브로콜리와 레몬의 소스, 프람보와즈 풍미의 작은새우를 곁들여서
컬리플라워로 두부같이 만들어놓고 위에 연어알을 올려놨는데, 이 매치가 기가막힙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과 톡톡 터지는 신선함이 곁들여지니 평범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평범하지 않은 요리가 되었습니다. 새우도 살짝 달콤해서 맛있었고 브로콜리 소스도 감동이였습니다.
벌꿀과 쉐리 식초 소스로 절인 호타테의 훈제, 육두구의 향, 샐러드를 올려서
말캉말캉한 호타테와 잘익은 피클, 사과 등을 한번에 입에 넣으면 새콤 달콤한 진한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신기하게 재료를 매치시켜서 만든 요리인데, 양이 좀 작은게 아쉬웠습니다.
북해도산 송어 구이, 양파와 함께
송어는 원래 재료자체가 그닷 특징있는 맛은 아닌데, 잘 구워져 나오긴 했습니다. 소스랑 같이 먹으니 괜찮더군요. 어디산인진 모르겠지만 양파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돼지 목살 스테이크
고기가 두껍게 잘 구워져 나왔네요. 제가 좋아하는 터프한 스타일입니다. 재료상태도 좋아서인지 써는 맛도 있고 씹는 맛도 충분합니다. 맘에 드는 메인입니다.
프레 데세르
불순물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위의 투명한 층에 살짝 소금이 올려져 있습니다. 안은 초콜렛으로 단맛이나는데 윗쪽은 투명하면서 신맛도 있으면서 짜기에 특이하더군요. 단순히 맛있다고 하기보단 뭔가 복잡한 맛이 났습니다.
커피아이스크림과 초콜렛 소스
친구는 맛있다고 하는데, 커피를 못마시는지라 패스
베리 아이스크림
눈에 확띄는 딸기 아이스크림보다는 메렌게 처럼 보이는 단 과자가 포인트인 디저트였습니다. 오히려 초콜렛 디저트보다 나은 듯했습니다. 촬영하다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눈물을 흘렸다는..
이렇게 먹고 허브티도 한잔..
두시간이 금방 지나가네요. 갈길이 바빠서 이만 나왔지만, 좀 더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집의 가장 저렴한 메뉴를 먹고 이 집 음식을 평가하는 건 좀 그렇지만, 분위기만을 생각하면 일류이고, 맛을 생각한다면 눈에 확 띄는 특징이 별로 없기에 약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 이만한 분위기의 가게도 많지는 않으니(게다가 3000엔 점심 코스도 있고), 장사는 계속 잘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정문샷
왠지 럭셜하네요. 이 정도는 되어야 이 동네에서 먹어주겠죠. (그러고보니 욘사마의 샤넬 매장 같은 한식집도 이 동네에 있습니다.)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 목적지를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