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문의 메인은 요즘 동경에서 가장 시크한 곳인 니시아자부의 레스토랑 방문이였습니다. 록본기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이고 차분한 동네라서 숨겨진 맛집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한곳인 오하라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나름 이름이 알려진 곳이고 평가도 좋은 편이라서요. 물론 여기보다 더 인기 있는 레스토랑도 동경엔 즐비하지만 대부분 1~2주전에 미리 예약을 안하면 못가더군요. 몇군데 예약 전화를 넣으면서 일본이 정말 불경기가 맞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위치는 주택가의 지하입니다.
화려한 록본기 부근에 이런 곳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니시아자부 사거리 부근, 킬빌로 유명한 곤파치의 뒷쪽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데, 간판도 작고 주택가 한가운데라서 위치를 모르면 찾기가 힘들 듯 하네요.
샴페인
자체 라벨의 샴페인이 나옵니다. 보통 결혼식등 대형 행사를 통해 대량의 와인을 소화하는 레스토랑이 이런 걸 내놓는 경우가 많더군요. 소문으로 듣기에도 결혼식 2차로 많이 이용되는 듯 했습니다. 어찌보면 일본 결혼식의 장점이자 단점인데, 결혼하는 측이야 돈이 많이 깨지지만 참석하면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물론 부주금도 그만큼 내야 하지만요.
버러
예.. 뭐.. 에쉬레 이하 레벨의 버터에 대한 평가는 이제 할필요가 없어졌네요.. 이렇게 인생이 심플해져가는 것이죠..
에비의 콘소메 컬리플라워풍미 캐비어를 올려서
제가 시킨게 아니라서 맛은 모르겠습니다만, 괜찮았던듯합니다. 제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음식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셀렉트한 레스토랑에서 이상한게 나와서 일행분이 기분이 상하게 되지나 않을지 매우 긴장이 됩니다. 일단 이정도 레벨이 나와주면 매우 안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유의 리에트 다데식초 풍미의 브로콜리 소스
보기엔 허술해보이지만 맛은 깜짝놀랄정도였습니다. 보통 구이로 먹는 아유와 형태도 질감도 전혀 다르지만,맑은 물에서 사는 민물고기에서만 느낄수 있는 복잡한 풍미를 절묘하게 살려놓았더군요. 일본식 프렌치라고 하면 이 정도는 되야죠.
포메롤 와인
chateau la fleur de bouard 2007이라는 와인입니다. 조사해보니 생떼밀리옹 그랑크뤼 와인인 샤토 앙젤루스의 생산자가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실 와인 리스트는 크게 기대 안했는데, 기대 이상의 우아한 전형적인 포므롤 와인이였습니다.
오늘의 스프
맛은 좋았는데, 벌써 한달전 일인데다 제가 요새 치매라 이름을 잘 기억못한다는…
오늘의 사카나 요리
도미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재료가 특별하다고까지는 못하겠는데, 굽는 정도는 일류입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요리 실력이니, 요즘 이 집이 인기 있는 것도 이해가 되더군요.
생선요리인데 뭔지 기억이 잘안나네요 -_-;
음식이 맛있던 날은 대화가 잘 풀리기에, 맛에 집중하기보단 사람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시간이 금방 휙 지나가버려서 뭘 먹었는지 자세한건 이미 기억에서 없네요. 사실 음식보단 그런 만남이 더 중요한 거겠죠. 블로그에 좀더 집중해야 파워블로거도 되고 하겠지만, 저로선 불가능할 듯 싶습니다.
그라니테
셔벗이죠. 생선요리와 고기요리사이에 입가심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입가심이라고 해도 이 정도 레벨의 집에선 대충 아무거나 나오진 않습니다.
오리고기
소스나 구운정도나 재료나 전부 맛있습니다. 롯데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보다 훨 나았습니다.
프랑스산 비둘기 고기의 로스트 그 쥬의 가벼운 소스
아무래도 지비에가 아니기에 특별한 맛은 아니였지만, 요리자체는 맛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슬슬 지비에의 시즌이 다가오네요. 무척 기대가 됩니다.
어린양고기의 로스트
수준높은 메인이지만, 뭐.. 요샌 너무 자주 양식당을 가는지라.. 사실 메인은 이제 왠만한게 나와선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이건 물론 저만의 문제겠지만요.
드디어 디저트입니다. 사실 저는 디저트를 기준으로 식당을 선정하지요. 맛없는 디저트가 나온다거나 디저트 코스가 부실한 식당은 선정과정에서 제일 먼저 제외시킵니다. 메인은 디저트를 먹기위한 준비과정일 뿐이죠.
복숭아 한접시
복숭아 아이스크림안에 복숭아가 들어있는데, 진짜 맛있습니다. 복숭아만으로 만든 디저트가 이런 맛일 줄이야.. 일류프렌치의 디저트로 손색이 없습니다.
티라미스 오하라 스타일
맛은 역시 훌륭했습니다만 양이 많아서 다먹기가 힘들더군요.
파인애플의 콘포트와 코코넛 아이스
제가 주문한건데, 생긴건 이쁜데 맛은 평범한 수준이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나오면 프렌치 디저트치곤 나쁘지 않지요.
쁘띠푸르
차와함께 즐기는 쁘띠푸르입니다. 대충 나오는 곳도 있는데, 이 집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초콜렛이요.
무언가 아주 특별한 요리가 나오진 않았습니다만, 쉐프의 실력이 출중해서인지 모든 음식이 안정된 레벨로 서빙되더군요. 가격도 매우 리즈너블하고 양도 적당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크게 격식차릴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원래 이 집을 선택한건 다른 유명한 식당들이 전부 예약불가능이여서였지만, 장소도 록본기라 찾아오기도 쉽고, 근처에 밤늦게 하는 바도 많기에 2차로 어디 가기도 쉽고, 다양한 장점이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은 친한 친구들과의 특별한 행사때 방문하기에 베스트일 듯합니다.
동경엔 정말 끝없이 맛집들이 있습니다. 이 집에 방문할때도 저는 잘해봤자 얼만큼 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나름의 개성과 컨셉을 확실히 갖추고 있어서인지 다시한번 오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하지만 다음엔 좀더 화려한 디저트가 나오는 곳을 방문해 봐야겠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