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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

이번에 한국 여행을 위해 와인을 몇병(!) 준비했다. 준비하느라 무수히 많은 프랑스, 이탈리아 와인 정보와 일본, 한국의 와인판매 정보를 뒤졌다. 그런 과정에서 아직 모르고 있던 심오한 와인의 세계를 조금은 알게되었다.(아직은 멀었지만..) 그리고 신의 물방울의 설명에 뻥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도..

예를 들어 샤토 몽페라, 3천엔대에 살수 있는 와인임에도 오퍼스 원을 능가하는 고급 와인의 맛이 난다고 하는 것, 그리고 에세조와 본로마네가 같은 밭을 쓴 형제 와인이라는 것은 너무 오버스럽다. 물론 두 와인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가격대 성능비는 좋지만, 그렇다고 고급와인의 품격을 갖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가격차이가 몇배씩나는데 그걸 극복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가격차는 와인의 공급량을 한정하고, 더욱 정성을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제 1사도는 그해 450병밖에 생산되지 않았고, 일본에서 7만엔 이상에 팔리고 있다. 제 2사도는 만엔 전반이긴한데 역시나 다 팔려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와인의 맛을 정하는 요인은 무수히 많고, 직접 마셔보지 않으면 어느 정도인지 알 방법이 없다. 보르도의 샤토 등급, 브루고뉴의 도멘, 빈티지, 파커점수, 와인 스펙테이터점수 등등을 이용해 질 좋은 와인을 어느정도 고르게 되었다면, 그 다음은 직접 시음해 보며 익혀가야한다. 최상의 조건으로 와인을 세팅하는건 꽤나 힘들다. 돈이 많이 있으면 좋은 소물리에를 둔다든가 해서 모든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수집가에게 돈이란 언제나 부족한 것이다. CD, 책, 카메라, 그리고 잠시의 오디오, 이제 자연스런 수순으로 와인에 이르렀지만, 새로운 수집을 시작한다고 해서 그전의 수집을 포기한 적은 없다. (아직까지 차에 미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만큼의 보람을 주기에 와인 수집은 가치가 있다.

가격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한국의 와인은 너무 비쌌다. 특히 3만원대 이상의 와인은 전혀 리즈너블하지 않았다. 대체 그 가격에 어떻게 와인을 즐기며 마신단 말인가.. 뭐.. 나는 일본에서 와인을 마시니 큰 불만은 없지만.. 한국 사는 사람들은 좀 힘들듯..

하지만 비싼 와인만 와인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와인은 즐기기위해 마시는 술이고,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다만 혼자서 와인 한병을 마시는건 쉽지않은 일이다.) 3년전쯤인가 지금은 망한 청담동의 와인샵 빈야드에서 만4천원에 마셨던 유기농 와인 알티플라노를 검색해봤는데, 현재 2만5천원에 팔고 있는걸 확인했다. 그 와인은 만4천원에 샀을때는 대만족이였다. 보통의 저가 와인이 그렇듯 레드와인 주제에 약간 식혀서 마셔야 제맛이 났던거 같다. 향이 약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이 좋아 고기와 잘 어울렸다. 각각의 품격을 높혀주는 환상의 마리아주랄까.. 이런 와인을 싸다고 안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 고급의 와인은 향기때문에(꽃향기나 과일향기, 때때로 시가향이 진하게 나기 때문에) 고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스테이크도 아니고 차돌백이는 더더욱..) 돼지갈비에는 라이트바디의 저렴한 캘리포니아 와인도 맥주나 소주나 백세주보다 좋다.(진로의 테이블 와인은 절대 용서가 안되지만..)

와인샵 빈야드가 망한거는 그럴만 하다고 본다. 와인리스트도 풍부하고 가격도 그 동네 치고 나쁘지 않았지만, 그 집 서비스는 정말 별로였다. 치즈도 구색을 제대로 못 맞췄고.. 그 동네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돈을 더주더라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를 찾았겠지.. 그동네 사람이 아니라면 거기까지가서 푸대접을 받고 싶지 않을테고..

이번에 산 세병의 환타스틱한 와인의 설명은 한국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나 쓸 수 있을 것이다. 한병은 이제 막 마실 시기가 된 훌륭한 생산자의 완벽한 빈티지 와인인데 – 좀 무리해서 1.5배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샀다 – 이번에 오픈 할 예정이고, 나머지 두 병은 마실 때가 되지 않아 일단 킵해 두려고 한다. 당분간 한국 출장가게 되면 즐거운 와인 파티가 계속 있을 듯하다. 인생이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P.S. 당분간 음악업로드는 쉽지 않을 것같다. 이제부턴 음악을 mp3로밖에 못듣게 되어서 집에서 밖에 업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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