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 살면서도 긴자에 갈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닙니다. 요즘은 록본기힐즈, 시오도메, 마루노우치빌딩 등등의 예전 중심가에 못지 않은 부도심이 생겼기에, 쇼핑을 하거나 맛집을 갈때도 멀리 떨어진 곳에 갈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아무리 세련된 곳이 새로 생긴다 해도 전통과 현대가 아름답게 배열되어 있는 긴자의 거리만의 독특한 분위기까지는 따라가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정기적으로 나갈 일을 만들어 긴자를 방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긴자의 한구석에 있는 소바집입니다. 가이드 북에도 소개되어있고 가보면 사람들도 정말 많이 있습니다. 나름 유명한 곳이지만, 한국에는 잘 안알려진거 같습니다. 긴자의 음식점 답게 식사보다는 거의 이자카야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벼운 요리에 술한잔 시켜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긴자에서 야간근무 하시는 듯한 분들도 많이 보입니다. 장내는 비좁은데다 사람들이 밀려드는지라 여차하면 일본 답지않게 자연스럽게 합석도 합니다. 그래도 소란스럽지 않게 다들 조용조용 술을 마시다 나갑니다. 그냥 불편하고 지저분하고 서비스가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에게는 애들은 알 수 없는 어른들만의 공간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걸 긴자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튀김이 올려진 온소바입니다. 이 집의 온소바를 먹고 소바에 대한 관념이 바뀌였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소바가 존재할 줄이야.. 최고급 소바집에도 가본 적이 있습니다만, 소바라는게 원래 서민의 음식인지라 몇천엔씩 내고 먹으면 마음이 편치 않죠. 그리고 원래 소바는 쯔유에 찍어 먹는 걸 기본으로 하는지라 고급 소바집 일수록 온소바를 시키면 면과 국물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어나 오리고기등으로 맛을 내면 국물맛이야 좋아지지만 단가도 높아지고 면은 면대로 국물은 국물대로 자신만의 개성을 주장할 뿐입니다. 이렇게 온소바에 딱 맞는 면을 뽑아서 심플하게 내는 집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저처럼 따뜻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집 이상의 소바집은 있을 수 없는 것이죠.
혼자서가 아니라 여러명이 와서 이 집의 다양한 메뉴를 먹어주고 싶더군요. 뭘 시켜도 맛있을 듯한 집이라서요. 하지만 긴자 근처까지 와서 술마실 일은 당분간 없을 듯하니 ^_^ 그저 소바에 만족해야죠..
긴자를 거닐다보니 미도리 스시라는 집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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