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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다카시마야의 La Patisserie PIERRE GAGNAIRE

얼마전 방문한 조엘 로부숑의 디저트에 약간 실망했었는데, 그걸 만회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신주쿠의 다카시마야 백화점 4층에 라 파티세리 드 피에르 가니에르라는 디저트 전문 카페가 생겼는데, 본점에서 제공하는 디저트의 일부를 판매하더군요. 디저트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쉐프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디저트 카페라니 도저히 안 가볼 수가 없어 주말에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정문의 모습

입간판이 따로 없으니 지도를 잘 보고 찾아가시길.. 내부사진은 못찍었습니다만, 상당히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들여 꾸며졌습니다. 고급스런 분위기가 마구마구 풍기더군요. 주말이라그런지 약간 기다려야 들어갈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은 쇼핑온 아가씨/아줌마 들입니다. 4층자체가 여성의류 명품샵이라서 컨셉적으로 잘 맞는거 같더군요.

신주쿠역에 바로 붙어있는 다카시마야에 입점해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편리합니다. 그치만 가격대는 매우 허걱스럽습니다. 조그만 조각 케익을 천엔, 음료수 한잔에 6~800엔 이상씩 받으니, 꼭 가보자하는 열의가 있으신 분만 가보시길 ^_^

물잔

요리도 아니고 겨우 물잔부터 감동입니다. 컵을 얇게 만들면 내구성이 떨어져서 쉽게 깨질 위험이 있습니다만, 입에 닿는 감촉이 좋죠. 저는 집에서 쓸 컵을 고를때도 얇은 컵은 절대 안고릅니다. 설겆이할때 손에 힘만 조금줘도 금이 가니까 말이죠. 대부분의 가게에선 원가 땜에 거의 이런 컵을 안쓰는데(조엘 로부숑을 참고하시길), 이 집은 레스토랑도 아니고 카페임에도 물컵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더군요. 갑자기 기분이 업됩니다.

오늘 시킨 메뉴는 피에르 가니에르 본점에서 제공되는 디저트를 모아서 내는 세가지 디저트 모듬입니다. 2100엔이고 커피나 홍차를 추가하면 2600엔입니다. 커피/홍차 말고 다른 걸로 바꿀수는 없더군요. 바꾸면 단품가격을 그대로 받는데, 마실만한 음료수는 840엔이나 해서, 그냥 물하고 먹었습니다.

테이블 세팅

디저트가 나올때마다 식기를 교체해 줍니다. 이것도 또한 감동적인 서비스네요. 프렌치 레스토랑에 온 기분입니다.

첫번째 디저트가 나옵니다.

당근 콘피/당근 메렌게/당근 아이스크림/당근 비스켓/당근 소스

디저트로 당근이 나올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다양한 당근요리의 조합에서 느낄 수 있는 일관성있으면서도 다채로운 맛의 향연도 좋았고, 섬세하게 표현된 당근의 단맛도 멋졌습니다. 어찌보면 전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더군요. 그런 메뉴 구성적인 면의 고려도 합격점입니다. 그런데 너무 섬세하게 맛을 표현해놔서인지 컨디션이 나쁘면 제대로 못느낄꺼 같더군요. 원래 코스 요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디저트인지라 일반적인 스위트와는 즐기는 법이 다릅니다. 보통의 단맛을 기대하시는 분은 이게 뭐이리 비싸,라고 하실지도..

라벤더 소스가 뿌려진 피스타치오 비스큐이 몽블랑

몽블랑 자체는 단맛이 매우 억제되어 있습니다. 라벤더 소스가 포인트를 주어서 완성되는 디저트더군요. 직원이 접시를 내려놓고 라벤더 소스를 뿌려주는데 달콤하고 은은한 향기가 코를 치고 올라옵니다. 오옷하고 감동을 하니, 아릿따운 직원분이 디저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 서비스 정신에 일단 한번 더 감동했습니다. 밤과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몽블랑을 새콤달콤한 소스와 함께 한입 먹어보니 기존의 몽블랑과는 전혀 다른 맛으로 변하더군요. 단맛이 철저히 억제되서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맛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특히나 라벤더 소스의 식초처럼 시기까지한 새콤한 뒷맛이 그저 단맛뿐인 디저트가 가질수 없는 매력을 선사합니다.

프로마쥬치즈/칼루아가 들어간 초코케익/ 커피 아이스크림

프로마쥬치즈와 칼루아 초코를 같이 먹으니 진하디 진한 커피에 신선한 우유를 타마시는 듯합니다. 그치만 생각보단 맛이 연하더군요. 미묘했습니다. 옆의 커피아이스크림도 매우 평범했네요. 단맛은 잘 억제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맛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은 아마도 특별한 맛이 아닌 케잌과 아이스크림같은 평범한 디저트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 나온 듯합니다.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맛뿐아니라 서비스도 인테리어도 일류였습니다. 근처에서 밥을 먹고 이곳에 와서 디저트로 먹어도 좋겠더군요. (밥값보다 디저트값이 더 나올듯하지만..) 그래도 피에르 가니에르 같은 초 유명 쉐프의 맛을 간접적으로나마 즐길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메뉴도 괜찮아보였지만, 오늘은 혼자 방문해서 이정도로만 올려봅니다. 담에 기회가 있으면 다른 메뉴도 즐겨보고 싶네요. 아.. 그전에 돈을 먼저 많이 벌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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