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들이 보통 그렇듯 제가 원래 패션에 그다지 관심을 두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에서는 항상 양복을 입기에 일상복은 티셔츠 이외엔 몇년에 한 번 정도 입을 옷이 없을 때만 사는 편입니다. 최근엔 특히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봄/가을이 짧아지고 있기에, 옷살 일이 생긴다 해도 겨울/여름 옷이 대부분입니다. 요즘같은 기상이라면 3~4월과 10~11월, 일년에 2~3개월 정도만 버티면 봄/가을 옷은 사실 살 필요없거든요. 5월만되도 여름 옷을 입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정말 가끔 정장이 아닌 차림으로 사람을 만나야 할 일이 생기기에, 올해는 없는 살림에 눈물을 머금고 봄 코트나 한벌 사볼까 해서 고베의 아웃렛에 들렸습니다. 이번엔 전처럼 차가 막히지 않아서 금방 갔습니다. 막히진 않았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엄청 많더군요. 장사 정말 잘됩니다.
이번에 봄 코트를 산 폴 스미스
폴스미스의 영국식 디쟌은 화려하면서도 산뜻한데 – 어찌보면 게이들이 좋아할만한 화려함이죠 – 가격은 퀄리티에 비하면 좀 비싼 감이 있습니다. 그나마 브랜드 중엔 싼 편에 속한다지만(알마니의 절반가 정도..), 세일 안했으면 엄두도 못냈을껍니다.(아이패드도 사야하고 디카도 사야하고..) 그렇다하더라도 디쟌은 제 맘에 들었기에, 앞으로 최소 10년정도 본전 뽑을때까지 알차게 입고 다닐 생각입니다.
신상을 좋아하는 여성분들 보면 이해가 안갔는데 직접 이렇게 나와서 옷을 사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멋진 옷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할 수 있으니까요. (원래부터 없는 매력이 샘솟거나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그치만 이런 옷을 시즌별로 사는건 좀 아닌 듯하고, 사채를 빌리는건 더더욱 말도 안되고, 적금을 들거나 보너스 받은 걸 아껴서 일년에 한 벌정도 큰 맘먹고 사는게 좋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수익률 좋은 펀드로 수익을 올린후 사시던가요. 물론 집에 돈이 아주 많으신 분은 예외지요.
르 크루제
음.. 세일한다고는 하는데 30%세일해서 2만엔-_-쯤 하니 과연 세일이라고 할 수 있을지.. 괜히 무겁기만하고 저는 아직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네요. 테팔도 세일을 하는데, 그쪽은 가격도 나름 합리적입니다. 제가 요리를 자주 해 먹기는 하는데, 아직 주방기기 욕심은 크게 없습니다. 너무 이쁜 주방기기는 왠지 자주 손질해줘야 할듯하고요.. 그렇지만 앞으로 살면서 하나둘씩 아이템들을 늘려가야죠.
갭 아웃렛
예전엔 갭에서도 옷을 많이 샀는데 요샌 좀 시들해졌습니다. 가격대비로 괜찮긴한데, 제 나이가 내추럴한 스타일이 어울리는 나이도 아니고 -_- 내추럴한 스타일로 사람들 만날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차라리 정장을 한벌 사는게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는..
브룩스 브라더즈
아저씨 타입의 무난한 옷이 많이 있습니다. ^_^ 저도 맘에 드는 옷이 하나 있었는데, 옷이 모두 아메리칸 사이즈인지라 제 사이즈에 맞는게 하나도 없네요. 앞으로 갈일은 없을거 같습니다.
바나나 리퍼블릭
갭 대신에 근래 제가 좋아하는 캐주얼 브랜드입니다. 캐주얼하면서도 스타일이 세련된 편이고 가격도 나름 합리적입니다. 모어 조엘온 소프트웨어의 소프트웨어 가격산정 부분에도 바나나 리퍼블릭에 대한 언급이 있지요. ^_^
구찌
구찌는 가격대비로 디자인이나 인지도가 좋긴한데 저같은 아저씨에겐 100% 용도 불분명이죠. 그렇지만 귀여운 애인 생기면 사줘야 하기에 일단 물건 점검이나 했다는…
이날 넘 바빠서인지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 제가 꼭 사고 싶은 구두인 콜한(Cole Hann)의 사진이 없네요. 콜한의 구두엔 나이키 에어가 장착되어있기에, 장기간 구두를 신고 일해야 하는 저같은 샐러리맨에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인데, 역시나 너무나 비싼 가격때문에 – 그리고 비싼 구두는 관리가 귀찮기에 – 장장 3년째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는 중입니다. 일단 지금 신고 있는 리갈 구두가 망가질때까지는 버텨봐야죠. 앞으로 3년은 더 기다려야 할래나.. 참고로 모어 조엘 온 소프트웨어의 채용부분에 콜한을 신고 일하는 매니저에 관한 언급이 짧게 있었습니다. 이 구두가 원래 이런 이미지인가요 -_-;;;
그외의 브랜드들은 비싸서 저같이 가격대비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흥미를 가질만한게 별로 없었습니다. 다만, 골프용품을 세일하는데 많이 싸더군요. 이럴줄 알았으면 여기서 사는 것인데…
예전에 리뉴얼 오픈할때 와보고 아마 3개월만인듯한데, 오픈 할때 무지 세일한다고 하던 가격이 지금 가격하고 별 차이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이벤트 세일이란건 크게 믿을게 못되는 듯하네요. 타이밍을 잘 맞춰서 사는게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겨울이 시작된 후에 겨울코트를 산다던가…
이날 쇼핑할 시간이 두시간 밖에 없어서 간단히 봄코트만 사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어차피 이 곳은 제가 좋아하는 곳이니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방문할 일이 생기겠지요. 필요한 옷도 다 샀고 이젠 왠지 느긋하달까요..
아울렛을 보니 하와이 갔을적에 정신줄 놓고 쇼핑했던게 생각나네요. 저도 봄코트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겸사겸사 일본이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