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서 저녁으로 제가 선택한 곳은 사바 요리로 유명한 이자카야인 키하루라는 곳입니다. 나카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요즘은 아저씨가 되서인지 이자카야가 자꾸 땡깁니다. 훌륭한 이자카야엔 다양한 제철 음식뿐만아니라 맛있는 술도 구비되어 있기에 저같은 아저씨가 혼자서 술마시기에 딱 좋습니다. 이자카야 순례라도 해보고 싶은데 ^_^ 언제 본격적으로 기회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간판
고토 사바와 규슈의 먹거리라고 써져있는데, 고토는 나가사키현 서쪽의 섬을 말합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고등어가 이 집의 간판 메뉴이고 그 외에도 다양한 규슈지방의 먹거리가 구비되어 있습니다.
정문
입구는 좀 좀 썰렁한데, 2층에 올라가서 들어가보면 그다지 넓지않은 실내가 사람들로 꽉차있습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noon의 재즈 스탠다드가 BGM으로 흘러나오더군요. 주인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열심히 다양한 요리 주문을 소화하고 계시고 스태프들도 동작이 빠릿빠릿했습니다. 분점도 냈다던데 거기도 기대 되더군요.
사토의 원주를 오유와리한 것
얼마전 부터 오유와리에 빠져있어서 시켜봤습니다. 규슈라서인지 소주 가격이 싼 편입니다. 사토의 원주는 좀 독한데 이렇게 마시니 풍미가 삽니다. 모리이조처럼 과일향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적당히 마시기 편합니다.
오토오시
앙증맞은 사이즈로 닭무침, 차왕무시, 모즈구가 나오네요. 맛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고마 사바
고등어 사시미를 깨와 참기름에 버무린건데,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탱탱하게 오른 살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기름기가 가득한데, 여기에 참기름의 고소함이 더해지니 바로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고토 사바가 겨울이 철이라는데, 얘네들은 왤케 맛있는 걸까요. 멀리 후쿠오카까지 오길 참 잘했네요.
음식 메뉴
프렌치/이탈리안을 제외하곤 먹을수도 없는 메뉴같은건 안찍는 주의인데, 이 집은 정말 메뉴가 특별해서 찍어봤습니다. 세어보니 90종류쯤 되더군요. 좌하단에 보면 날짜도 있다는.. 자주 바뀐다고 봐야겠죠. 이 중에서 젤 잘나가는 메뉴는 아나고와 사바라고 하는데, 이날은 메뉴선정의 실패로 ㅠ.ㅜ 아나고를 못먹어 봤습니다. 암튼 이 정도쯤은 되어야 이자카야라고 어디 명함이라도 내밀수 있는 거겠죠. 계절감도 없는 허접한 음식 몇개 나온다고 이자카야라고 할 순 없는거 잖아요.
술 메뉴
술은 좀더 대단한데 세보니 백종류쯤 되더군요. 사실 이자카야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과 술의 마리아쥬를 즐길수 있다는 것이죠. 니혼슈/소주 리스트가 이쯤 되어야 단골로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추천도 받고 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죠.
자가제 레바 파테
이건 제가 실수로-_- 신기해서 시켜본 메뉴입니다. 정말 이자카야에서 이런게 나올까? 해서 시켜봤는데, 나오네요. 헐.. 원래 이런 레바 파테는 맛이 진해서 맥주나 와인 안주로 어울리지 사토 오유와리랑은 좀 안어울리죠. 이럴땐 혼자온게 많이 아쉽습니다. 여러명이 왔으면 실패한 메뉴도 금방 해치울수 있고,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통해 재밌는 메뉴선정이 가능하니까요.
가니미소 두부의 튀김 안카케
게의 내장으로 만든 두부를 튀겨냈습니다. 고소함이야 이루 말할수 없지요. 의외로 튀김공력도 상당하더군요. 이번엔 메뉴선정에 성공했습니다.
이카의 이치야보시
이런 것도 메뉴에 있어?, 라는 놀라는 마음으로 시켜본건데, 맥주 안주로 적합하지 소주안주론 좀 부족했습니다. 다만 질은 아주 좋더군요.
사바의 챠항
챠항은 볶음밥을 말합니다. 주인 아저씨가 직접 중화냄비를 휘두르며 만드시더군요. 들어간 사바의 양이 많지 않아서인지 눈에 띌정도로 맛이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어느모로봐도 이자카야에서 기대할 수준을 넘어선 본격적인 중화 요리의 맛이였습니다. 다만 제가 혼자서 이만큼을 다 먹기가 쉽지 않았다는게 살짝 문제라면 문제였습니다. ㅠ.ㅜ 고마 사바의 오차즈케가 있던데, 차라리 사바는 나중에 오차즈케로 시키고, 처음에 아나고를 시켰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혼자서 이정도 먹었으면 나쁜 건 아닌데, 아무래도 여럿이서 다양하게 시키는것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스스로의 메뉴선택 능력에도 살짝 회의감이 들기도 했구요. 후쿠오카의 밤은 깊어가는데, 결국 여기까지 너무 많이 먹어서 라멘이든 뭐든 그 이후의 모든 계획을 취소 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번 먹을때 제대로 먹고 싶다면 이런 집은 너무나 귀중한 집이지요. 다음에 후쿠오카에 갈 일이 생길 때까지 계속 이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