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메구로에서 피자로 아점을 해결하고, 역시나 언제나처럼 디저트를 먹으러 출발합니다. 몽상크레르라는 동경에서도 손꼽히는 명점이 오샤레의 거리인 지유가오카에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나카메구로에서 지유가오카는 전철로 금방이라 역까지는 금방 도착했는데, 가게가 한참을 들어가야 있어서 많이 걸어야 했습니다. 보통 케익전문점이 접근성이 좋은 역근처에 있는것과는 대조적이죠. 파티시에겸 오너가 맛으로 승부하려고 일부러 외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더군요.
정문
외관은 심플해서 처음 보면 과연 이 집이 명점인가 싶습니다. 고급 주택가인 지유가오카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점심시간대를 살짝 비껴서 가서인지 밖으론 줄이 안보이지만, 이 상태에서도 안에서 뭐 하나 사려면 20분은 족히 걸리더군요. 들어가서 이것저것 골라서 안에 있는 작은 카페 좌석에서 먹었습니다. 지유가오카답게 젊은 아가씨 분들이 많이 찾아오더군요.
카페 쟌티
차/케익 세트로 시켰는데 차가 먼저 나옵니다. 카페 잔티는 거품을 낸 커피이긴한데 달기도해서 디저트의 일종처럼 보입니다. 거품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였습니다.
홍차
케익숍에 딸린 아주 작은 카페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디저트에 어울리는 본격적인 차가 나옵니다. 명성이 괜한게 아니네요.
베리티와 벌꿀
제가 시켰습니다. 고급스러운 티가 나옵니다. 장소가 협소하지만 않으면 느긋하게 오후를 보내고 싶을 정도 이지만, 너무 불편해서 케익만 먹고 나올수 밖에 없더군요.
프로마쥬 크루
업소의 설명: 키르슈 풍미의 파인애플과 크림치즈의 조합이 상쾌한 레어치즈케익.
제가 예전에 얼핏 듣기로 이 집의 치크케익이 맛있다고 해서 골라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치즈케익만 맛있는건 아니였지만요. 겉으로 보면 그냥 평범한 치즈케익인데, 푹신푹신해서 먹기 편한데다, 그라데이션이 들어있는 듯 안으로 들어갈수록 서서히 맛이 진해지더군요. 케익 가운데에 상큼한 과일이 포인트로 들어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정말 놀랄만한 완성도의 치즈케익이더군요.
쇼콜라 엑조틱
업소의 설명: 농후한 쇼콜라의 무스 속에 남국 푸르츠의 달콤한 산미가 여름에 어울림.
새콤한 맛과 진하디 진한 초콜렛의 맛이 공존하는 복잡한 케익이였습니다. 케익 하나 하나의 재료가 그냥 맛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그 하모니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미니어쳐를 제작하듯 아주 작은 부분부분을 정교하게 쌓아올려서 전체적인 맛의 인상을 창조하는데, 자허도르테같은 그런 단순하고 진한 케익이 아닌, 일본적인 스타일의 섬세하고 완성도 높은 케익이 탄생했습니다. 그저 달기만 한게 아니라서 먹기도 편하더군요. 그중에서도 아래의 빵, 혹은 초콜렛이 입혀진 크래커는 정말 놀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이집이 초콜렛이 유명해서 록본기에 분점도 냈는데, 그럴만 하더군요.
포와
업소의 설명: 코코너츠 크림치즈의 밀키한 맛에 망고, 패션, 오렌지를 조합한 상쾌한 여름의 일품
무당벌래처럼 생긴 케익인데, 이날 먹은 케익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겉에 보이는 노란색의 동그란 망고소스가 귀엽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도 맛에 큰 영향을 차지하더군요. 안쪽으론 신맛의 과일이 아마도 그레이프후르츠가 들어있었고, 그 위로 층층히 새콤하고 달콤한 재료들로 쌓여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케익가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파티시에가 일부러 가게를 역에서 멀리 잡고 맛으로 승부하려 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이 작은 사이즈의 케익 하나를 위해 도대체 몇개의 맛을 준비해서, 복층으로 구성하고, 또한 그것에 하나의 통일성을 부여한 것일까요.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조엘로부숑이나 다른 일류 케익집도 많이 가봤지만, 이 집의 케익은 그런 일류 케익집 이상으로 복잡한 구성인데다, 단맛이 아닌 신맛으로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았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스타 파티시에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일까요.
시식용 케익
저희가 배고파보였는지 시식용 케익을 좀 주시더군요. 평범해 보이지만, 맛은 왠만한 롤케익 전문점 보다 나았습니다. 하지만 케익의 쓰나미와 같은 감동이 있은 직후라 그에 비교하자니 좀 초라했습니다.
나이프
칼도 한번 찍어봤습니다. 케익용으로 쓰기엔 오버킬인 감이 있었습니다. 내부에 자리가 그렇게 많은게 아니라 오랜시간 기다려야 했지만, 그리고 장소도 비좁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로 꼼꼼하게 해놨으니 일부러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한번쯤 방문해도 좋아보입니다. 더군다나 지유가오카엔 이 집말고도 쇼핑하러 돌아다닐 만한 곳이 꽤 있으니까요.
몽 상 크레르
업소의 설명: 커피 맛의 비스큐이죤콘드를 크레임 오 브루에 싸서, 헤이젤넛과 아몬드의 브라리네에 담은 케익.
필받아서 케익을 하나더 시켜봤습니다. 이 집의 이름이 붙어있는 케익을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요. 역시나 앞의 케익들처럼 수준이 아주 높네요. 안에는 복층의 커피 케익이 들어있어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맛이 진해집니다. 입에 넣으면 스르르 녹는데, 거의 아이스크림수준이더군요. 이게 과연 케익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케익도 맛이 환상적이긴 했지만, 이날의 우승자는 역시 포와였습니다.
필받아서 물잔도 한장
작은 카페임에도 제대로 된 물잔이 나오더군요. 물에도 레몬이 들어있습니다. 디저트를 최대한으로 즐기기위해 가장 어울리는 물과 잔이 나왔더군요. 이 날의 디저트는 모든 면에서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지유가오카에서 고마자와로 가는길..
기왕 지유가오카까지 왔으니 오미야게로 초콜렛이나 살까 했는데, 제가 사려던게 이미 다 떨어졌다고하더군요. 그래서 보관이 쉬운 잼이나 살까 해서 이 집의 자매점인 콘피튤 아슈란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도착
고마자와 대학부근은 나름 동경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는 컨셉의 맛집이 덩그라니 놓여있어도 장사가 잘되나봅니다.
바로 앞에는 몽상크레르 계열의 빵집도 있습니다.
이런 동네 살면 매일 맛있는 빵을 먹을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만한 동네네요. 집세는 비싸겠지만..
고마자와 운동공원의 산책길
이 날은 저녁 때도 약속이 있기에 친구들하고 할일 없이 공원을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넓직한 운동공원의 조깅코스, 한쪽에는 조용한 고급 주택가, 개 산책시키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이런 한적한 풍경도 동경의 한 모습입니다. 사실 이동네 사는 사람아니면 찾아올 일이 별로 없긴 합니다만 참 살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