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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몽의 프렌치 레스토랑 아르고

한조몽/코지마치/아카사카 일대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기에 관광객이 가도 별로 볼게 없긴 하지만, 알고보면 황궁, 수상관저, 그리고 국회의사당이 모여있는 사실상의 일본 정치의 중심지입니다. 간혹 국회의사당을 지나다니다 보면 BMW700시리즈가 정문으로 들어갈때 경비원들이 빳빳한 자세로 거수 경례를 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저야 정치에 별 관심도 없고, 정치하는 사람과 만날 기회도 딱히 없습니다만, 잘 알려지지 않은, 번잡스럽지 않은 맛집이 알게 모르게 많이 모여 있기에 이 동네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친구와의 식사를 어디로 갈까 고민할때, 이 동네에서 나름 평가가 좋은 아르고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쉐프가 파리의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하기에 음식도 무척이나 기대되더군요. 게다가 점심 메뉴가 비교적 저렴하고 찾아가기가 간단하지 않아 예약하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었구요.

9층 창문에서 본 황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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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이 정도의 녹지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란 쉽지 않죠. 전망 뿐만아니라 세련된 인테리어나 잘 훈련된 스텝들에 의한 거의 완벽한 서비스도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프티푸르 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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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에피타이저용 과자입니다. 새콤하고 스파이시해서 전채로 먹기 좋긴한데, 특별히 맛있진 않았습니다. 가운에 있는건 초 미니사이즈 카레빵이였습니다.

미네랄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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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식당이기에, 물값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어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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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시금치에 싼 연어와 연어,감자의 꼬치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래의 거품을 낸 된장 소스에 찍어먹습니다. 가운데는 스프, 오른쪽의 둥근 것은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등으로 만든 두부입니다. 이런게 가니에르 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된장소스가 맛있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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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 매우 높습니다만, 한국에도 이 정도 나오는 레스토랑은 있다고 하네요. 일치프리아니도 이 정도 였던거 같고..

앙트레, 헝가리산 프와그라와 트뤼플 크림, 그린 피스의 사브레의 컴퍼지션, 그린피스의 빵가루로 만든 바질 풍미의 셀러리라브의 크로켓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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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이름이 무척 긴데, 왼쪽이 프와그라 + 트뤼플, 오른쪽이 콩이 들어간 튀김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프와그라와 트뤼플은 초콜렛에 찍어먹으니 진한 맛에 단맛이 더해져 정말 잘 어울립니다. 튀김도 신선한 콩의 풍미가 바삭한 빵속에 잘 갈무리되었습니다.

앙트레, 천사의 새우의 카다이브 말이, 리드보와 게절 야채의 파낫쉐 레몬밤소스 5 종류의 너츠와 오렌지향의 올리브오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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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을 즐길수 있는 메뉴라 좋긴했는데 프와그라 전채랑 비교하자니 좀 밀리는 감이 있습니다. 프와그라는 500엔을 추가해야 맛볼수 있는 메뉴입니다.

생선요리, 쿠로무츠의 포와레 시드르 소스 포와로와 포와트린 드미셀의 에튜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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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엔 더하면 나오는 메뉴인데, 생선 수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더군요. 재료가 좋아서인지 소스가 나쁘진 않는데 꼭 맞는다는 느낌도 안들더군요.

이사키의 포와레 남프랑스 야채의 그라티네와 토마토의 콘피 픈느이유의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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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생선질은 낮지만, 다양한 소스와 재료의 맛이 어울어지는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토마토의 신선함이 조리가 되어서도 잘 느껴집니다. 여기까지 먹고나니 이집의 패턴이 보입니다. 500엔 더한 메뉴는 좋은 재료를 써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일반 메뉴는 다양한 소스와 재료의 대비, 강조 효과를 통해 맛을 살리는 타입입니다. 처음의 선택메뉴는 프와그라쪽이 압승이었지만, 생선요리의 경우엔 둘다 개성이 있어서 어디가 더 맛있다고 할수는 없더군요.

메인, 쿠마모토현 아카게와규의 안심살의 포와레 마데이라 소스 계절 야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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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게와규는 최근들어 소고기 매니아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소입니다. 쿠마모토의 아소산에서 방목해서 키우는데 그 맛이 환상이라고 합니다. 이 메뉴는 추가에 800엔이 들지만, 이 날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메뉴였습니다. 소고기가 어디까지 부드러워질수 있나, 그 극한을 느꼈습니다. 지방질이 많지 않은 것도 저한테는 좋더군요. 사실 쿠마모토에 가서 먹었어야 했는데, 그땐 정말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 아쉬움을 동경에 와서 달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_^

새끼양 등고기의 로스트 나파란 풍 그린피스의 퓨레와 게절 야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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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도 부드럽게 조리가 잘되었고 가니쉬들도 맛있습니다만, 아카게 와규의 압도적인 맛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합니다. 아카게 와규는 일반적인 레벨이 아니더군요. 조엘 로부숑에서 먹었던 메인도 이 정도는 아니였습니다. 근데 프렌치에 와서 와규의 맛에 감동하게 될 날이 있을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오늘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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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쪽은 평범하다고 하네요

허브티,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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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딸기 밀피유와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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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 사실 더 맛있었습니다. 좀 안타까운데 디저트는 약간 약한 면이 있네요..

첨에 이집 요리에서 기대했던건 피에르 가니에르 식 분자요리 였는데, 실제로 감동한건 재료질이 좋은 평범한 요리였습니다. 아마 저녁떄 오면 분자요리도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렇게 먹고 인당 7000엔밖에 안나왔으니까요. 정말 환상적인 요리를 싼 가격에 즐기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의 코스도 무척이나 기대 되더군요. 하지만 너무나 서비스가 좋기에, 친구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오기엔 부담이 됩니다. 역시 이런 곳은 데이트로 와야 제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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