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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시의 뎀푸라 전문점 오오사카

6월 한달은 정말 바쁘게 지냈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운동과 다이어트도 병행하면서 독서에도 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식활동도 소홀하고 블로그도 거의 손보지 못했습니다. 자기 충전하는 시간은 필요하지만, 너무 혼자만의 생활에 빠져있으면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잃게 되지요. 그래서 지난 주에 간만에 친구들도 볼겸 동경으로 미식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제가 활동하는 미식 동호회 고수분과 컨택이 되어 그 분의 추천으로 동경 최고수준의 맛집을 돌아 볼수 있었습니다. 다시금 느끼는 거지만 동경만큼 미식가를 만족시키는 도시도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이번에도 생각치도 못했던 새로운 맛의 경지에 깜짝 놀라고 왔습니다..

긴자의 바로 옆에 있는 신바시는 샐러리맨들이 많이 서식하기에, 술집이나 밥집이 즐비한 동네입니다. 워낙 식당의 숫자가 많기에 그 안에 명점도 많긴하지만, 같은 이유로 어느 집이 명점인지는 현지에서 사시는 분이 아니라면, 가이드북을 읽어봐도 감을 잡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번에 조인한 고수분의 도움이 없었으면 묻혀있는 주옥같은 가게들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 뻔 했습니다. 이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오오사카는 신바시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뎀푸라 전문점입니다. 평일 낮에는 1300엔의 정식이 유명하다 하는데, 너무 값이 싸서 항상 줄이 길다고 합니다. 이날은 토요일 점심이여서 3990엔의 정식을 시켰는데, 그 가격이라도 너무나 싸다고 생각될 정도로 퀄리티가 매우 높았습니다.

정문

dempura oosaka



발음은 오오사카大阪와 같은데 한자가 다릅니다. 간판이 눈에 띄는 편이 아니기에 찾기가 아주 수월한 편은 아닙니다. 안에 들어가보면 작은 카운터석과 테이블이 있는데 깔끔한 인테리어더군요. 카운터 안쪽엔 튀김 가마솥과 핑크색 대형 암염 덩어리가 포스를 내뿜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바로 튀김 솥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 아마도 뎀푸라를 가장 맛있게 먹을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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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술자리에서 건배를 위해 무조건 첫잔은 맥주를 시키는 관습이 있습니다. 게다가 텁텁하고 뜨끈뜨끈한 뎀푸라에는 맥주가 제격이기에 뎀푸라 집에선 보통 맥주를 시키는 경우가 많지요. 나바 비루가 참 시원해서 더운 날에 입가심하기 좋더군요. 게다가 간만에 마시는 낮술이라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그치만 이 집 뎀푸라의 맛이 예상보다 훨씬 섬세하고 세련되서 맥주보단 니혼슈가 더 어울리더군요. 그래서 둘째 잔부턴 하나이즈미라는 가라구치 니혼슈로 바꿔마셨습니다.

기본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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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가 두 종류인데 암염 소금과 무를 간 뎀푸라 쯔유중에 자기가 좋을대로 선택해서 찍어 먹으면 됩니다. 레몬은 뎀푸라에 뿌려 드시면 되고(아나고 뎀푸라 등등), 샐러드는 평범했습니다. 이 중에서 소금이 참 맛있더라구요.

새우의 다리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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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의 다리부분만 먼저 튀겨내 옵니다. 재료의 선도는 물론이지만 한눈에 이 집의 튀김 공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튀김옷의 투명함과 가벼움 그리고 과자와 같은 바삭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정도 공력이면 이 집이 일류 수준의 뎀푸라집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새우의 몸통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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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그레한 색깔하며 수줍은 자태가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두개가 연속으로 나와서 한장만 올립니다. 이 집의 뎀푸라는 극단적인 섬세 그 자체더군요. 혹시라도 기름기가 뚝뚝 떨어지는 터프한 맛을 즐기신다면 맘에 안드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스파라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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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스파라거스를 아주 좋아하는 편인데, 아스파라거스 특유의 풍미를 살려내면서도 사각사각하는 신선한 식감을 유지하는 이 집의 뎀푸라는 지금 껏 먹어본 어느 프렌치보다 맛있었습니다. 굳이 아스파라거스 요리를 먹으러 프렌치 갈일이 없어졌습니다.

기스, 흰살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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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진 소금에 찍어 먹었는데, 이번엔 다이콘오로시 – 무를 갈아 넣은 뎀푸라 쯔유에 찍어 먹습니다. 소금으로만 먹으면 너무 밋밋해질 가능성이 있는 담백한 흰살 생선의 맛이 더욱 두드러 지더군요.

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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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평범한 양파 튀김처럼 보이지만, 기름을 먹은 내용물에선 뜨끈 뜨끈한 김이 피어나더군요. 특별할 것 없는 재료임에도 각별한 맛이 나네요. 이때쯤 해서 하나이즈미는 벌써 한홉을 비우고 한홉 더 시킵니다.

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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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묵 같은건 줄 알았는데, 껍질채 먹는 작은 콩을 한장 한장 붙여서 만든 뎀푸라입니다. 담백함과 고소함이 이렇게도 만나는군요. 아스파라거스에서도 느꼈지만 뎀푸라가 되면서 재료 본래의 맛이 한층 더 살아나는 듯합니다. 게다가 이 꼬치는 한장씩 빼서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가벼운 낮술안주로 이보다 나을 수는 없을거 같더군요.

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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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오니 술에 기분좋게 알딸딸하게 취해서 이카의 맛은 그닷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텐쯔유에 찍어서 잘 먹었고. 역시나 극한의 정갈한 맛이였었던듯 싶습니다. 주말의 낮술보다 즐거운 일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요. 고수분과 사는 이야기를 하며 – 동경은 미식의 천국이더라 등등 – 저는 주로 부러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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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첨엔 그닷 비싸지 않은 정식이라 그렇게까지 큰 기대는 안했는데, 이렇게 큰 아나고가 두 점이나 턱하니 나옵니다. 이러면 정말 그동안 잘 다녔던 쯔나하치 같은데는 당분간 미안해서 말도 못꺼낼 듯합니다(지못미~). 레몬을 살짝 뿌려서 소금에 찍어 먹었습니다. 아나고 같이 진한 맛엔 맥주도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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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밥과 미소시루, 그리고 쯔께모노가 나옵니다. 일본도 코스의 마지막은 밥이나 면으로 끝납니다.

에비 카케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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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뎀푸라 중에서도 특별히 에비 가케아게를 사랑하는 편인데, 이 집의 가케아게는 제 맘에 꼭 들었습니다. 탱글탱글한 작은 새우와 바삭한 야채의 발란스가 에비 카케아게의 키 포인트인데, 이 집은 제대로 내오더군요. 조금씩 베어 텐쯔유에 찍어, 밥반찬으로 먹으면 딱 입니다. 요즘들어선 맛있는 집에 가면 감동을 하기보단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 앞으로 이 집보다 맛없는 뎀푸라는 못먹겠구나, 하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담주에 기획되어있는 고베/교토 미식 투어에서 뎀푸라 집의 일정을 전부 다른 곳으로 바꿨습니다. 당분간 어디를 가도 만족하지 못할 테니까요.

디저트 바닐라 셔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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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입가심하기엔 좋습니다만, 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긴자가 바로 근처라 바로 제대로된 디저트를 먹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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