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먹은 고래고기의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미리 찜해둔 고래요리 전문점을 방문합니다. 으례 이런 맛집이 그렇듯, 시모노세키의 조그만 환락가 거리의 한 모퉁이에 있더군요. 길 안쪽에 있어 눈에 잘 안띄던데, 유명한 집이라서인건지 아니면 날이 날이라서인건지 좌석이 거의 꽉차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 여행하는 지라 한자리 정도는 금방 비더군요.
맥주
일단 맥주로 시작해 봅니다. 일본 맥주가 맛있다고 하지만, 이젠 좀 지겨운 감이 있습니다. 날이 더울때나 땀을 흘렸을때 아니면 잘 안마시게 되는데, 이 날은 간류지마도 가고 땀을 좀 뺐으니 수분 보충 차원에서 주문했습니다.
오토오시
계란과 고야, 그리고 고래의 심장부분 무침이랍니다. 쫄깃한게 맛있네요. 소의 심장부위와 별로 구별이 안갔습니다.
30년만에 잡힌 나가스쿠지라 사시미
초 레어 아이템이라고 그래서 주문해봤습니다. 근데 사시미가 6점 나오는데 1500엔 받네요. -_- 맛은 밋밋한데 고기에 기름이나 힘줄이 거의 없습니다. 어찌보면 물먹인 소고기가 이런 맛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이게 1500엔.. 레어한 사시미이긴 하지만 가격만큼의 가치는 없어보입니다.
타츠타아게
고기에 얇게 튀김옷을 입혀 튀긴 듯한데 제가 튀김을 별로 안좋아해서인지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스테이크
이게 제일 맛있었습니다. 소고기 스테이크랑 거의 비슷한 맛이 나는데 담백한 맛이 강해서인지 왠지 고급스러운 맛이 나네요. 이 메뉴도 가격의 압박이 상당했습니다.
시마비진의 오유와리
카고시마에서 오신 분들이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계서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요새 고구마 소주는 시마비진이 대세라고 합니다. 프리미엄 급으로는 예전에 모 미식동아리 회원님께서 추천해주신 이사미가 제일 잘나간다고 하구요. 오유와리로 마시면 고구마 소주 특유의 향이 살아나는데 미경험자는 그걸 싫어하기에, 카고시마 이 외의 지방에선 오유와리로 마시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정말 맛있는 오유와리를 마시고 싶다면 카고시마에 찾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좀 멀어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담에 기회되면 꼭 가봐야겠습니다.
역앞의 이자카야 미마스
과도한 지출을 했지만, 배는 아직도 허전한지라 이 지역에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자카야인 미마스에 가봤습니다.
맥주
근데.. 예상외로 허접하네요 ㅠ.ㅜ 예전 평래옥이 이랬던거 같습니다. 할머니분들이 서빙과 주방을 담당하시고 있으시더군요. 술은 달랑 4종류. 맥주, 무기소주, 이모소주, 니혼슈 각각 한종류씩. 그것도 무척 저렴한 브랜드 밖에 없네요. 식당 자체도 좀 허름한 편인데, 메뉴를 보니 주로 해산물 위주라 밥종류가 하나도 없더군요. 밥먹으러 온건데.. 이자카야라면 다양한 메뉴를 구비하는게 상식이 아닌가 하는데, 어떻게 이런 집이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복어를 싸게 먹을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지만, 그럴꺼면 그냥 시장에서 사먹어도 별반 차이 없을거 같은데 말이죠.
정말 이 집이 유명하다는 증거.
Port of Notes의 하타케야마 미유키 누님이 올해 2월에 다녀가셨네요. 이 분 목소리가 예술적이죠. 이런 분도 다녀간걸 보니 분명 유명한건 맞는데.. 음.. 그냥 저랑 컨셉이 안맞는 걸까요..
복어 나베
그냥 나갈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뭔가 하나 시켜봤는데, 뭐.. 맛은 나쁘진 않은데 조미료가 좀 들어갔네요. 이집 컨셉은 맛있는 음식보단 싸고 양많은게 아닐까 합니다. 죽도 끓여준다고 했는데, 됐다고 했습니다.
소스
맛이 진해서 복어의 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입니다. 유명하다고 해도 영 이상한 집도 있네요. 뭐.. 이런 집일수록 단골이랑 가면 뭔가 다른 메뉴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암튼 제가 가볼만한 곳은 아녔습니다.
가고시마 가신다면 이브스키에서 검은모래찜질 한 다음에 맥주 한잔 들이켜보세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