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캉테상스는 동경에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긴자의 로오지에가 영업을 쉬는 바람에 이제 3스타 프렌치는 조엘로부숑과 캉테상스 둘이 되었네요. 3스타치곤 그다지 비싼 집은 아니기에,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그만큼 인기가 많은 집이라 예약이 힘들었고(예약이 힘들다기보단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게 맞을 듯..), 우여곡절 끝에 겨우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예약을 도와준 신의 사나이 inky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위치는 시로가네다이 플라티나 거리의 구석입니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동경에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안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진 촬영이 금지라고 하고 몰래찍는 성격도 아니라 이번에 음식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룸을 빌린다면 사진촬영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려면 같이 찾아 올 사람들도 많아야겠지요.
혹시 음식 사진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베로그의 사진리스트를 참고하시길.. 아주 잘 찍히지는 않았지만 거의 모든 음식의 사진이 올라와있습니다.
맨 첨에 메뉴판을 주는데 펼쳐보면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메뉴(carte blanc)입니다. 음식을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기 위해서 1.5만엔의(10% 서비스차지는 불포함으로) 오마카세 코스말고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종의 퍼포먼스이죠. 가기 전부터 이미 이야기는 들어 알고있었지만, 나름 흥미진진 하더군요. 그리고 마지막에 집에 갈때 이날의 메뉴를 달라고 부탁하면 프린트한 종이를 줍니다. 그거라도 없었으면 블로그 포스팅은 불가능 했겠지요.
총 13가지 코스 요리가 나오는데, 처음에 6종류의 전채로 시작을 합니다. 코스가 많다보니 하나하나의 요리는 양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Sable Champignons 原木椎茸とセップのビスケット 원목표고버섯과 포르치니의 비스켓
첫번째 요리로 원목 표고버섯이 올라간 비스켓이 나오네요. 보통 표고버섯은 톱밥으로 만든다는데, 원목에서 만들어서인지 버섯의 향이 매우 진하더군요. 버블과 함께하는 웰컴 디쉬로 딱 좋았습니다. 참고로 글래스 와인은 잔당 2000엔 정도 했습니다.
Gaspacho Petillant 冷たいガスパチョ・ペティヤン 차가운 가스파쵸 페티앙
샴페인 비슷한게 들어간 상쾌한 냉스프입니다. 전채로 먹기에 좋더군요.
이쯤해서 빵과 무염버터가 나오는데, 무난한 편이였습니다.
Assaisonement 塩とおりぶ油があ主役 山羊乳のバヴァロワ 산양유의 바바로와
세번째 디쉬로는 캉테상스의 시그네쳐 디쉬인 산양유의 바바로와가 나왔습니다. 게랑드 소금이 올리브위에 올려져 있고 산양유가 밑에 있어서 위에만 먹으면 안되고 세로로 먹어야 한다고 하네요. 눌러서 짜지 않고 무게로 인해 자연적으로 압착된 올리브(Mille et Une Huiles사 제품)를 썼다는데, 씨앗의 쓴맛이나 산화된 잡맛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 부드러웠습니다. 압착할때도 저온으로 한다고 하고 이동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 정성이 대단합니다. 산양유도 매일 아침마다 현지에서 비행기로 공수받는다고 하더군요. 선도, 향, 맛 어느 것하나 부족한게 없었고, 특히나 소금의 사용법이 예술에 다다른 경지였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재료를 배열하는 것 만으로 완벽한 짜임새의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3스타의 명성이 괜한게 아니였습니다.
Gnocchi de “Tsubugai” つぶ貝のニョッキ 쯔부가이의 뇨끼
쯔부가이하면 조개가 아니라 소라(혹은 골뱅이?)를 말하는데, 절묘하게 뇨끼로 만들었습니다(과연 프렌치가 맞는 것인지..). 피가 밀로 만든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쫄깃한게 먹어보면 헉 하는 소리가 날정도로 맛있었습니다.
Kuruma-Ebi et Tartare de Botan Ebi 車海老に載せた縞牡丹海老のタルタル 구루마에비에 올린 보탄에비의 타르타르
구루마에비와 보탄에비, 두 종류의 새우를 이용한 요리입니다. 대형 구루마에비 위에 작은 보탄에비를 얹어서, 진한 새우의 맛을 더욱 더 강조했습니다. 비슷한 종류의 재료를 두 종류 쓴다는 아이디어도 멋지지만, 딱 알맞게 구워낸 실력도 대단했습니다. 낮에 먹었던 규베의 새우도 훌륭했는데, 프렌치식으로 먹는 것도 환상적이네요.
Courgettes Gratinees ズッキーニのグラティネ 즈키니의 그라티네
즈키니 그러니까 애호박 위에 프와그라의 경단을 올려놓은 요리입니다. 그냥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역시나 소금맛과 불맛이 살아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요리입니다.
이걸로 화려한 전채가 끝나고 두 종류의 메인이 서빙됩니다.
“Amadai” 甘鯛 ヴァンジョーヌとうにのソース 아마다이 반죤과 우니의 소스
먼저 생선 메인 차례입니다. 야마구치 하기산의 아마다이가 나왔습니다. 겉은 고온에 의해 한 곂만 살짝 태웠는데 크래커처럼 바삭바삭거리고(도미가 원래 껍질이 맛있는 생선이죠), 속은 완전히 부드럽게 익었습니다. 이런게 생선구이의 최종진화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니 소스를 얹으니 좀더 일식적인 분위기가 나더군요.
Porc d’Iberico Roti イベリコ豚の3時間ロースト 이베리코돼지의 3시간 로스트
두번째는 고기 메인입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저온으로 3시간동안 30회 정도 나누어서 구운 로스트가 나왔습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메인요리입니다. 고기가 선연한 핑크 색이고 지방의 색도 살아있더군요. 썰어서 먹어보니 진짜 부드럽게 넘어가더라구요.
메인을 끝내니 5종류의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순간이 파인 다이닝의 가장 즐거운 순간이 아닐까 하네요.
Fromages テストゥン 테스툰 치즈
일단 치즈가 먼저 나옵니다. 메인이 끝나고 나오는 치즈는 디저트로 가기전에 남은 와인을 다 마시라고 나오는 것입니다. 바롤로 지방의 치즈가 나왔는데 풍미가 매우 진하더군요.
Sorbet Cake aux Fruit フルーツケーキのソルベ 푸르츠 케익의 소르베
입가심을 하라고 나오는 아이스크림입니다. 맛도 괜찮은 편이네요.
Creme au Coco ココナッツのクリーム ピスタチオオイルとエスプレッソ 코코넛의 크림 피스타치오오일과 에스프레소
산양유의 바바로아와 비슷한 구성으로 된 디저트입니다. 먹는 방법도 비슷하구요. 맨 윗층에 에스프레소가, 두번째 층에 파스타치오 오일이, 세번째 층에 코코넛 크림이 위치해 있습니다. 처음엔 커피가 들어가 있어서 먹을까 말까 망설였지만, 한 입 먹으니 모든 고민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코코넛 크림의 단맛이 피스타치오 오일위에서 에스프레소의 쓴 맛과 만날 때, 그 단맛이 몇배는 복잡해지고 증폭이 되네요. 황홀한 경험이였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쓴맛을 이용한 디저트라니, 이건 디저트 매니아라면 꼭 한번 먹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Soupe de Mascarpone マスカルポーネのスープとデラウェア 마스카포네의 스프와 델라웨어
델라웨어가 들어간 스프인데 정신없이 떠먹다 보니 이미 끝나있었습니다.
Glace Meringue メレンゲのアイスクリーム 머랭 아이스크림
머랭을 얼려서 잘게 부순후 노토반도의 해수 소스를 넣어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메뉴라고 합니다. 심플한데 너무 맛있습니다. 특히나 소금 맛이 정말 대단하네요.
머랭 아이스크림에 같이 나온 사탕공예로 만든 꽃
일행 중 한명이 생일이라 뭔가 이벤트를 부탁했는데, 이런 걸 만들어 주네요. 음식중에는 이것만 유일하게 테이크 아웃이 가능해서 사진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사진이 잘못찍혔지만,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왔더군요. 이런 것이 3스타 레스토랑의 숨겨진 즐거움이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와 쁘띠푸르가 나오고 4시간에 걸친 식사가 끝이 났습니다. 와우!
기시다 쉐프
이 분이 오너쉐프이십니다. 사실 젊은 쉐프라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정말 멋진 요리가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어보니 따로 파티시에를 쓰고 있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이런 분을 천재라 불러야 겠지요.
나올때 찍은 레스토랑 정면 샷
역시 명성대로의 맛입니다. 예약이 힘들어서 다시 오게 될 것같지는 않지만, 두번이고 세번이고 가보고 싶은 집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