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부터 5월초의 연휴기간에 일본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기에, 이번엔 예약이 힘들다고 소문난 집에 미리 예약을 넣을 수 있었습니다. 현지에 살고 계신 미식가분의 도움이 컸습니다. 매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갈 히로사쿠라는 곳은 아저씨들의 거리인 신바시에서 카이세키 요리로 명성을 날리는 식당입니다. 저녁때 가면 2~3만엔 정도 하는 무시무시한 집이라고 하는데, 점심에는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본격적인 카이세키 요리를 일부분이나마 맛볼 수 있기에 한달 전에 예약 안하면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인기인 집이라고 합니다.
정문
신바시역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진 않았는데, 도로변에서 살짝 들어가야 보입니다. 아래에 보면 오늘 만석이라고 써져있네요. 이런 집이 만석이 아닐 때가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근데 먹다보니 만석이여도 예약 안한 손님들이 중간에 자리가 비면 들어오시더군요. 정장을 좌악 빼입은 할아버님들이던데, 아마도 오랜 단골이라 그런 거 겠지요.
두부
두부가 별거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 정도로 고소하면서 담백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지요. 일본에서는 콩요리로 감동을 꽤 해봤는데, 한국에선 제가 아직 공력이 낮아 어디가 그 정도 인지 모르겠네요. 암튼 지난 밤에 이어 수준급의 두부가 나와서 감격했습니다.
사시미
아마다이였던가, 이름이 잘 기억안나네요.. 사시미 정도야 항상 먹어왔던 저이기에 그다지 큰 감흥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일반 사시미와는 달리 살짝 데쳐서나왔는데, 무진장 고급스러운 맛이 났습니다. 살이 찰지면서도 씹는 맛도 살짝 남아있네요. 원래 식재료 자체가 고급스러워서 이런 맛이 나는게 아닐까 생각 되더군요.
에비 소라마메 도오모로코시의 뎀푸라
평범한 새우, 소라마메(대형 콩), 옥수수의 튀김입니다. 근데.. 이런 뎀푸라를 평범하다고 할수 있을까요. 제가 뎀푸라를 꽤 먹어봤는데, 점심코스에 딸려나오는 뎀푸라가 1류 뎀푸라집의 맛에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대체 무슨 재료를 썼길래, 옥수수가 이렇게 맛있고, 소라마메에서 콩의 담백함이 그대로 살아있는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사쿠라에비의 오코와
벚새우하면 이 맘 때가 제철이지요. 밥위에 새우를 튀겨 올렸을 뿐인데, 얼마나 새우 맛이 진하던지, 순식간에 비웠습니다. 문득 일식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바 먹을 준비
식사의 끝에 나오는 수타 소바가 유명하다고 하네요.
소바
근데 수타소바라는데 면 굵기가 일정합니다.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면 살짝 굵기의 차이가 있는걸 확인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수타라고 안들었으면 절대 알아채지 못했겠더라구요. 한입 먹어보니 소바면이 상큼하게 입안을 휘젓습니다. 너무나 맛있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였습니다. 어젯밤에 먹은 미슐랭 1스타보다 훨씬 나았네요. 이런 소바를 내시면 다른 소바집들은 뭘로 장사하라고 하시는건지, 이거 너무하시는거 아니 신가요.. 이럴줄 알았으면 어제 소바집 말고 딴데 가는 건데 말이죠 ㅠ.ㅜ
소바유
마지막은 소바유로 마무리..
그리고 디저트..
젤리가 나오네요. 나쁘지 않은 마무리입니다. 일식집에서 추구할 수 있는 극한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극히 일부분을 체험한 느낌이였습니다. 저녁때 오면 정말 맛있게 먹겠더라구요. 가격은 좀 되겠지만요 ㅠ.ㅜ 세상은 넓고 가볼 집은 많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귀중한 체험이였습니다. 이 감동을 저녁때까지 이어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