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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바시의 스페인 레스토랑 상파우

니혼바시에 있는 레스토랑 상파우는 스페인에서 미슐랑 별 셋을 받은 레스토랑의 동경분점입니다. 동경 미슐랑에서도 별 둘을 받은 유명한 식당인데, 별이 붙은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혼자 가기엔 사실 꽤나 부담스러운 곳이지만, 1/n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따라, 그리고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가보나 하는 마음가짐으로, 친구와 함께 다녀왔습니다. 아직 미 개척분야인 스페인 요리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웨이팅 룸.

니혼바시 coredo의 별관에 위치해있습니다. 별관이라 본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긴 하지만 coredo자체가 지하철 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10분정도 일찍와서 웨이팅 룸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아늑하고 세련된 공간이더군요.

물 한잔을 내 줍니다.

언제나 그렇 듯 거의 아무런 사전 조사도 안하고 가서 몰랐지만, 이 정도 웨이팅 룸이 준비되어 있는 레스토랑이라면 초일류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전날 간 나리사와는 이에 비하면 매우 캐주얼하다고 해야겠지요.

바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인 바라고 하기엔 술의 종류가 그닷 많지 않았습니다만, 종류 별로 대표적인 메뉴는 전부 구비되어 있더군요. 접대용으로 무난한 용도로 들리기 괜찮을 듯 했습니다.

그림

왠지 쥐를 닮은 생선 그림이네요. 스페인 현대 화가의 작품인 듯 싶었는데, 무척 인상 깊더군요.

접시

금테를 둘렀네요. 차분하면서도 럭셜한 분위기입니다. 조엘로부숑의 화려함과는 살짝 대비되기도 하구요.

스페인 레스토랑이니 쉐리주 한 잔 주문했습니다.

딱히 스페인쉐리가 맛있는 건 아니지만, 스페인 레스토랑이 아니면 마실 수 없으니 좋은 기회로 삼아야지요. 그리고 누군가가 쉐리주를 소비해줘야 쉐리오크통 숙성의 싱글몰트를 마실수 있는 거라는..

썰어 주기전에 큼지막한 빵을 들고와서 보여주네요.

식탁에 길다란 과자도 올려 놓습니다.

웰컴디쉬의 역할을 하는 듯하네요. 보통 술안주로 많이 먹던 거라 어색하긴 했습니다만..

냉채스프

차갑게 나옵니다. 입맛을 돋구네요.

코스 메뉴판도 있긴하지만 작은 사이즈로 나오는 음식에 대해서는 별도로 메뉴를 주더군요.

아이디어가 재밌네요.

그림도 있어서 이해가 쉽습니다.

7월의 테마는 빨강이라고 하네요. 그에 맞는 요리가 나올 예정이고, 뒷장엔 맨 마지막에 나올 디저트 메뉴도 있었습니다.

오코제와 카이엔느 후추, 팥

식재료 이름을 저도 다 파악은 못했네요. 위의 것은 고추처럼 보이지만 연출입니다. 전혀 맵지 않고 맛있더군요.

토마토, 야채의 파르씨

한입꺼리죠.

피로와 치즈, 링고와 붉은 파프리카

왠지 중화풍 군만두처럼도 보이지만, 진짜 맛있었습니다. 겉의 피는 아삭아삭하고 안은 고소하네요.

붉은 과실과 비나그레타

요것도 상큼했습니다. 전채부터 일반 식당과는 레벨의 차이가 확 나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아까 그 빵

크게 주네요.

토마토와 수박의 베르벳, 보리새우, 오이, 바질

이때가 한 여름이라 상큼하고 시원한 연출이 돋보이는 음식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 요리도 딱 그 컨셉이라 매우 맘에 들었습니다.

긴메다이(금눈돔)의 코카 아티초크의 텍스쳐, 엔다이브

살이 아주 탱탱합니다. 모양 뿐만 아니라 맛도 일류네요.

스즈키(농어), 카레소스, 아마구사, 푸른 파파이야

카레소스와 생선의 어울림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네요. 농어는 잘 익혀졌는데, 이번 여름엔 농어를 참 많이 먹게 되네요..

이베리코 돼지의 푸르마, 망고, 양파, 자마이칸 페퍼

소스와 굽기가 절묘해서 마치 젤리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돼지고기를 어찌나 조리를 잘해놨는지 쫀득하네요. 이 정도면 소고기 못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기 메인의 이상에 근접한 요리였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기대하던 디저트 타임이 돌아왔습니다. 첫 디저트로 치즈 플레이트와 일반 디저트중 하나를 고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치즈 플레이트를 시키면 따로 메뉴를 줍니다.

5종류의 치즈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일반 디저트인 푸르츠의 보석상자

저 조그만 사각형안에 수많은 과일을 밀도높게 넣어 놨네요. 자르긴 힘들었지만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치즈 플레이트 쪽이 훠얼씬 만족도가 높더군요.

보통의 레스토랑이라면 치즈가 카트로 나오는데, 사실 치즈는 각각 개성이 강하기에 그에 딱 맞는 와인과 함께가 아니라면 카트째 먹을 수 있다 해도 큰 감흥이 없는게 사실이지요. 그리고 한 레스토랑에서 메인이 끝난 후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여러 종류인 것도 아니구요. 근데 여긴 종류 별로 다양한 치즈가 그에 딱 맞는 요리와 함께 서빙이 되네요.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맛이 진해집니다.

아몬드 아이스크림과 플라 드 마키(양젖), 무, 당근, 피키죠와 칸텔(산양젖), 빵과 와인과 산 호르헤(소젖) 헤이젤넛 쿠키와 마로와르(소젖) 수박의 잼과 럼과 베르진(소젖)

진한 맛의 치즈엔 산뜻한 요리가, 산뜻한 요리엔 상큼한 치즈가 매치되어있습니다. 마지막은 블루치즈 처럼 농후한데, 단맛이 도는 수박잼과 너무 잘 어울립니다. 치즈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완성된 음식이 5개의 베리에이션으로 제공되는데, 어떤 와인이라도 어울릴것 같더군요. 이 정도로 매력적인 치즈 플레이트는 인생에 처음 봅니다.

글라스 No4, 쌀, 진, 올리브오일, 레몬 바베나 아이스크림

이것도 재미있는 아이스크림 디저트였습니다. 위의 뚜껑같은걸 부셔서 아래의 젤리와 쌀과자와 섞어 먹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10종류의 디저트가 나옵니다.

피르레타 polo de piruleta

살짝 불량식품같은 맛이 납니다.

호박 파이, 트리프 초콜렛, 아마구사와 시드르의 스틱

호박파이가 쫀득해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디저트 플레이트

베일리즈의 보라쵸케익, 바나나의 미니아이스, 카레의 크런치초코, 레즌버터샌드, 바질의 마카롱, 피난쉐

폭풍과도 같이 끝없이 이어지는 디저트의 향연입니다. 이중 보랏쵸케익이 촉촉해서 젤 맛있었지만, 다른 디저트들도 빠지는 디저트가 하나도 없더군요.

허브티

그렇게 모든 디저트를 음미한 후 조용하게 티를 즐기다 나옵니다.

정문

가격이 상당하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만족할수 있는 집이더군요. 스페인 본점에 갈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 지점이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우니 여유 되시면 한번 가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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