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한국에서는 아는 분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사쿠사에는 유명한 러시아 요리집이 넷이나 있습니다. 동경 뿐만 아니라 일본 어느곳에서 이렇게 러시아 요리가 집중해서 있는 곳은 없는데, 알아보니 그 중 마노스라는 레스토랑이 원조이고 나머지는 제자들이 독립해서 나온 계열이라고 하더군요. 러시아 요리가 얼마나 맛있으면 계열점이 넷이나 모여있어도 장사가 되는건지 궁금해서, 주말을 이용해 다베로그 평가가 가장 좋은 보나페스타라는 집에 다녀왔습니다. 보나페스타는 아사쿠사보다는 다와라마치역에서 더 가깝고 마노스와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더군요.
점심은 코스요리만 있는데 가격은 인당 3000~4000엔 정도입니다. 여유롭게 4000엔 정도 생각하시면 될듯하네요. 아주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가성비는 좋다고 생각되더군요.
버터
바닐라와 귤꽃에서 딴 벌꿀을 섞은 버터라고 하네요. 일반버터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인데 빵에 발라먹으니 넘 맛있더군요.
해산물과 야채의 모듬 샐러드.
신선한 해산물을 쓰더군요. 심플하지만 맛있습니다.
일본돼지의 자가제 햄과 로스햄의 샐러드
이쪽도 괜찮은 편입니다.
부르스케타
독특한 스타일의 부르스케타입니다.
반으로 자르니..
안에 토마토 소스가 들어있습니다. 작은 크기지만, 식욕을 돋구는 맛이네요.
호밀빵
살짝 찜기에 돌린듯 부드럽고 촉촉하네요. 따끈할때 버터를 듬뿍발라 먹으니 맛있습니다.
호박냉채스프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마치 밤을 연상시키는 부드럽고도 고소한 맛이네요.
토마토와 2종류의 치즈와 크루통의 뜨거운 그라탕 스프
첨에 요리를 보고 너무 이뻐서 헉했습니다. 그릇이 뜨거워서 잡고 먹으라고 리본처럼 묶은 천의 색이 음식과 절묘하게 어울리더군요. 맛도 훌륭해서 두종류의 치즈가 진한 맛을 연출합니다. 겨울이 아니였다면 호박냉채스프가 더 맛있다고 했겠지만, 추운 겨울이니 그라탕 스프도 그에 못지 않게 맛있네요.
탱탱한 점보 새우의 포테토 말이 구이
엄청난 크기의 새우를 매우 잘게 썬 감자를 무쳐 튀겨냈더군요. 튀김옷이 아삭하면서도 느끼하지 않고, 새우의 탱탱한 식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네요. 감동의 사이드메뉴였습니다.
비프 스트로가노프
이집의 시그니쳐 디쉬중하나입니다. 일본소를 듬뿍 썼는데, 고기가 너무너무 부드러운데다 소스에 푹 찍어서 먹으면 그 맛이 더 하더군요. 왠만한 양식당의 스테이크보다 훨씬 레벨이 높습니다. 일본소를 듬뿍 썼기때문에 가격도 상당하긴하지만, 꼭 먹어볼 가치가 있더군요.
밥
라이스나 빵을 선택할수 있습니다.
캬베츠 롤의 입에서 녹는 조림
8시간동안 졸인 캬베츠 롤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너무 이쁘고 실제로 먹어보면 더욱 놀라운 맛입니다. 오래 졸여서 씹는 맛은 부족하지만, 부드러움은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어떤 캬베츠 롤과도 비교할수 없더군요. 가니쉬로 나온 매쉬드 포테이토도 상당한 맛입니다.
망고 셔벗, 푸딩, 과일의 모듬 디저트
과일이 하나하나 다 신선하더군요. 망고 셔벗도 푸딩도 맛있구요.
이 집은 모든 메뉴가 심플해 보이지만 다 맛있네요. 처음서부터 끝까지 너무 맛있게 잘먹어서 점심치곤 조금 비싼 가격대가 전혀 신경쓰이지 않더라구요. 아사쿠사에 있는 다른 러시아 요리 집들도 – 특히 마노스도 한번 가보고 싶긴한데, 언젠간 기회가 되겠죠.
러시안 티
잼을 듬뿍 넣어 마십니다.
러시안 커피
러시아인들은 달달하게 마시는 걸 좋아하나봅니다. 물어보니 커피도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아사쿠사 칸논우라에 있는 타이야키 전문점 샤라쿠에 갔습니다.
정문
매우 작은 집인데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굽기 시작합니다. 미리 구워놓은 붕어빵을 팔지 않아서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제법 되었습니다.
손에 들어온 붕어빵
이 날 붕어빵의 새로운 경지를 보았습니다. 제 생전에 이렇게 맛있는 붕어빵은 처음이네요. 껍질이 엄청 얇으면서 아삭아삭한데다, 속은 북해도산 팥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머리부분은 팥이 좀 많이 들어있는 편인데, 꼬리부분은 팥과 껍질의 밸런스가 절묘하더군요. 게다가 나니와야 같은 유명 붕어빵 전문점도 미리 구워놓은 붕어빵을 주는데, 이 집은 전혀 그런게 없어서 붕어빵을 가장 맛있을때 먹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화과자점 카에데
아마자케가 마시고 싶어서 들렸네요.
대충 이런 막걸리같은 음료입니다.
아마자케는 막걸리보단 좀 달고 도수도 0.5도정도 밖에 안하기때문에 술이라기보다는 추운날에 먹는 디저트에 가깝습니다. 한잔에 200엔인데 한잔 마실때 까지는 정말 맛있더군요. 두번째 잔으로 가면 단맛이 지겨워질수도 있겠지만요. 올겨울 미션중 하나를 클리어했네요.
아즈마바시의 풍경
강변이라서인지 노을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주말맞이 아사쿠사 맛집투어가 무사히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