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갈때마다 이것저것 부탁받아 사야할 물품이 많습니다. 인터넷에 파는 건 미리 주문해서 배송해놓지만, 현지에서 구입해야 하는 물건도 꽤 있는데다, 살수 있는 곳이 동경의 이곳저곳에 흩어져있기에 동선을 잘 계획해야합니다. 3박4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라면 조금만 계획을 잘못세워도 부탁받은 쇼핑만 하다가 여행이 끝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다년간에 걸친 쇼핑 노하우가 있어서, 부탁 받은 물건을 사는 도중도중에 제가 가고 싶은 곳도 몇군데 끼워넣는게 가능합니다. 아무나 따라할수 없는 기술이라고 자부하는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니혼바시와 동경역의 중간쯤에 있는 리큐르 하세가와는 동선이 좋아서 자주 가게 되는 편입니다. 유료 시음을 할수도 있고 새로나온 위스키를 볼수도 있어서 지난번 여행때는 세번쯤 방문한거 같네요. 이번엔 안타깝게도 한번밖에 못갔지만요. 시음할수 있는 수많은 위스키를 앞에두고 제가 선택한건 이 두병입니다. 시음은 하루에 5병까지 가능하지만, 그렇게하긴 좀 눈치가 뵈죠. 이 집 말고 다른 집도 가봐야 하구요.
맥캘란 루비
맥캘란이 최근에 실험적으로 연도수를 표기하지 않고 출시한 1824시리즈의 최상위 라인입니다. 1824시리즈는 순서대로 골드, 엠버, 시에나, 루비이고, 이름대로 상위로 갈수록 색이 진해집니다. 루비의 진한 칼라를 보면 쉐리통에서 숙성이 잘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 가기전부터 어떤 맛일지 궁금했는데, 직접 시음해보니 진하고 우아한 다크 초콜렛의 맛이 났습니다. 대부분의 쉐리캐스크가 그렇듯 달달하고 부드러워서 누구나 마시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위스키더군요. 거기에 우아한 맛이 덧붙여지니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더라구요. 몇몇 위스키 매니아들의 의견은 가격에 비해 장기 숙성형 고급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피니쉬가 부족하다라는 평인데, 사실 저는 위스키에 피니쉬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피니쉬를 즐길꺼라면 위스키 대신 와인이나 꼬냑이 낫지 않을까요. 게다가 원래부터 맥캘란은 가격이 동급 위스키보다 비쌌고요.
비슷한 랭크의 타 위스키 – 예를 들자면 야마자키 18년 – 에 비해 탁월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무척 매력적인 위스키임에 틀림이없습니다. 정기적으로 곁에 두고 싶더라구요. 인기가 없으면 단종될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사둬야겠지만요.
카바란 솔리스트 쉐리캐스크
카바란은 요즘 들어 뜨고있는 대만 위스키입니다. 킹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있구요. 일본도 아니고 타이완 위스키가 평가가 너무 좋아서 맛이 궁금했는데, 하세가와에서 팔더군요. 마셔보니 쉐리 오크의 왕도와 같은 맥켈란과는 달리 진한 쉐리향 안에서 자극적인 피트향이 느껴지더군요. 매우 재밌는 맛의 술이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평가가 좋은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쎄더군요.. 이 가격이면 야마자키 18년도 살수있고, 글렌드로낙은 두병쯤 살텐데 그만큼 맛있냐 하면 또 그정도는 아니고.. 경험치 차원에서 한번쯤 마셔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