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구라자카는 동경의 주요 맛집이 모여있는 거리중 하나입니다. 위치가 시내이긴한데, 쇼핑하기도 애매하고 교통이 편리한게 아니기에 특별한 용무가 없는 이상 들릴 일이 잘 안생기더군요. 이번에는 미리 예약을 해서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요츠야의 슈토안
요새 잘나가는 이자카야라고 해서 카구라자카에 들리기전에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사람이 꽉차있더군요. 워낙 가격 경쟁력이 좋은 집이라서 그런 듯합니다. 그래서 원래 가려던 소바/우동으로 유명한 쿄라쿠테이로 바로 갔습니다. 미슐랭 원스타라고 하더군요. 교라쿠테이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얼마 안있어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지금보니 외관을 안찍었네요. 날이 추워서 그랬나봅니다.
오늘 이용할 잔
이중에서 한개 고르라고 하는데, 큰 걸 고를 껄 그랬습니다. 작은 건 여러번 따르기가 귀찮더라는.. 일본에서 소바집하면 소바만 파는게 아니라 다양한 술과 안주를 먹은후 마지막에 소바로 끝내는 집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 소바집에 찾아가서 달랑 소바만 먹고 나오면 그 집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채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첫번째 술, 하나이즈미 로망 나마겐슈 카스미슈
fri13th가 가장 좋아하는 나마겐슈를 맨 첨에 시켜봤습니다. 저온살균을 거치지 않은 원주라서 술에서 꽃향이 피어오르는데다, 맛도 부드럽습니다. 원주의 유일한 단점은 유통기한이 짧아서 해외에선 마시기 힘들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럴때 얼른 마셔둬야 합니다.
한잔 따라서..
드디어 달려줍니다.
오토오시로 나온 곤부
술을 한잔 시키면 자동적으로 따라나오는 메뉴인데 깔끔하더군요.
규스지 니코미
파가 가득해서 잘 안보일지 모르지만, 국물이 투명하고 깔끔합니다. 이런 니코미는 제 인생에 처음입니다. 정석대로 터프하게 먹는다면 소주쪽이 더 맞았겠지만, 이쪽이 니혼슈에는 정말 잘 맞더군요.
오우 다이긴조 나마겐슈 야마다 니시키
안주가 맛있어서 바로 다음 술로 넘어갑니다. 두번째도 원주인데, 이 집은 원주가 다 맛있네요. 입에 쩍쩍 들러붙습니다.
도죠 가라아게
미꾸라지 튀김입니다. 니혼슈보단 맥주 안주로 어울릴듯싶게 바삭바삭 잘 구웠습니다.
아이즈 지도리의 시오야키
닭의 소금구이인데, 이건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간이 세지 않아서겠지요.
텐메이 카메노오 준마이슈
도쿠리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재밌는 컨셉인 듯. 원주에 비해선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드네요.
니쿠도후
니쿠도후란 고기와 두부를 넣어서 니코미처럼 끓인건데, 이것도 니코미처럼 무척 맑은 스타일로 나왔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독창적인 맛이지만, 기대 이상이였습니다. 니혼슈를 부르는 안주의 연속이네요.
시라우오의 다마고도지
죽같이 생기기도 했는데, 맛도 죽하고 살짝 비슷합니다. 빙어를 계란에 풀어 삶은 메뉴입니다.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겨울에 먹기에 최고인 듯 합니다.
히로키 준마이 긴죠 오마치
이거 뭐.. 안주하나에 술하나씩 시키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근데 이렇게 술도 안주도 극상인 이자카야라면 당연한 거겠죠. 오늘 좀 달리게 되네요.
뎀푸라 모리아와세 코스의 새우
슬슬 좀 무거운 걸 먹고, 마지막 소바를 먹을 요량으로 뎀푸라 모듬을 시켜봤습니다. 절묘한 튀김이 나오네요. 이 집은 거의 모든 장르의 요리에 통달한 듯합니다.
야채 모듬 3점
바삭하게 잘 튀겨졌습니다.
아나고
이것보다 더 맛있는 아나고도 먹어본 적이 있지만 ^_^ 그래도 니혼슈엔 이쪽이 더 잘 어울릴 듯합니다.
이즈미가와 준마이긴조 특선
드디어 도쿠리가 한번 로테이션 된 듯합니다. 이제 술을 많이 마셔서 아주 맛있다는것 말고는 맛의 디테일이 구분이 안되는 지경이 되더군요.
생굴
그래도 겨울인데, 굴도 한점 먹어야죠. 다른 메뉴에 비하면 만족도는 살짝 떨어지더군요.
은행
술이 좀 남아서 가벼운 안주를 하나 시켜서 해치웁니다. 근데 은행도 상당히 맛있게 볶았네요.
드디어 마지막으로 소바를 먹을 시간이 왔습니다. 이 집의 평가를 보면, 소바는 동경내 탑 클래스이고, 우동은 동경 넘버원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과연 어느정도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시켜봤습니다.
소바의 재료
가츠오의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네요. 배가 부른 와중에도 식욕이 다시 살아나더군요.
온소바
따뜻한 국물에 담겨진 소바입니다. 지금까지 먹었던 안주류처럼 깔끔한 맛입니다. 진정한 하이레벨 소바의 모습이더군요.
자루우동
면발이나 삶은 정도가 완벽한게, 마치 품위있는 예술 작품같습니다. 터프한 맛은 없지만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사누끼우동하고는 스타일이 달라서 동경 넘버원이라고 하긴 좀 애매하지만, 관동식 우동중엔 넘버원이라고 불러도 되지않을까 조심스럼게 예상해봅니다.
이래서 미슐랑의 별을 달았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기억날 거 같습니다. 이 집은 다음에 꼭 다시 맘에 맞는 친구들과 방문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