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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미피아체의 미아니 와인 디너

미피아체는 얼마 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물론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아마 저 혼자서만?), 우연히도 미아니라는 와인을 같이 모여서 마셔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미아니라면 광적인 집착에 가까운 극단적인 가지치기와 솎아내기가 마치 연인의 목을 원한 살로메와 같다고 신물에서 호평을 받은 이탈리아의 컬트 와인이죠. 어떤 맛인지 기회되면 꼭 마셔보려 했는데, 이번의 짧은 여행기간에 미피아체 사장님께서 직접 주최하신 디너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만족스런 자리였고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날 와인 모임의 인원이 어느 정도 되다보니까 2층에 있는 룸을 잡았습니다. 1층의 캐주얼한 분위기가 아니라 매우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곳인데, 사진을 못찍으면 밥을 먹을 수 없는 안타까운 식생활을 하고 있는 맛집 블로거 족속들을 위해 조명까지 신경써주셔서 편안하게 모임을 진행할수 있었습니다. 연륜이 있는 식당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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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름답게 테이블 위에 피어 있네요.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와인 시음을 위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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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로 준비되어 이미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준비가 끝났달까요.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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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장식의 접시가 생화와 더불어 식탁을 풍성하게 장식합니다. 미피아체의 색깔이 보이는 듯합니다.

오늘의 주인공 미아니의 비앙코, 부리,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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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세병씩이나 마신단 말입니까!미아니가 싼 와인은 아니기에 시음회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회비도 그닷 비싸지 않은데 완전 땡잡은 날입니다. 뒤에 보이는 샤토 글로리아도 협찬와인이였답니다.

치즈 & 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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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크래커같아서 재밌는 식감입니다. 유제품은 칼로리가 높기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건 안좋지만 자꾸 손이 갑니다.

샴페인 부브 클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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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설명이 필요없는 잘나가는 샴페인의 대표주자지요(전날에도 마신..). 이것도 사장님의 협찬이였습니다. 이날 협찬이 너무 많아서 송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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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좋을만큼 따끈따끈하게 데어져 나왔습니다. 이날은 서빙의 타이밍에도 한치의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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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 좋은 하몽일수록 루비의 영롱한 빛을 띄지요. 와인 안주로 이만한게 어딨겠습니까.

비앙코 미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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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아니의 와인을 마셔보게 되네요. 미아니의 비앙코는 세종류의 품종을 블렌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잔을 코에 대보니 복잡한 향이 어우러져 올라오네요. 신세계처럼 폭발적인 과일향은 아니지만, 풍부하게 치고 올라오는 들꽃의 향기와 잔잔하게 씹히는 미네랄의 맛이 느껴집니다. 친숙한 맛이 배재되어 있기에 아마도 마시는 측에서는 평가가 갈리리라 보지만, 이런 담담함이야 말로 이탈리아 컬트 와인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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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사야엔도, 마 등등 다양한 재료의 샐러드. 재료가 신선하기에 맛이 없을리 없습니다. 사야엔도를 한국어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일반적인 사야엔도보다 큰 사이즈라서인지 씹을때 사각사각 거리더군요.

미아니 부리, 토카이 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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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니에는 부리와 필립이라는 밭이 있다고 하는데 Buri라는 싱글 빈야드에서 나오는 포도를 써서 만든 와인입니다. 토카이라는 토착품종으로 만들었다는데, 헝가리의 토카이와는 또 다르다고 하네요. 마셔보니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한줄기 향이 피어오르더군요. 비앙코같이 다양한 향이 올라오지 않아서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저는 이 쪽이 훨씬 맘에 들었습니다. 깨끗하고 순수하고 청명한게, 마치 원천지의 맑은 우물물을 길어 올린 듯한 깊이감이 느껴졌습니다. 같은 고급 화이트 와인이라고 해도 부르고뉴의 연약하고 청초한 스타일이 아니라 차갑고 냉정한 이성을 깨우치는 맛이라 이런 스타일의 와인도 있구나 하며 살짝 감탄했습니다. 다만 음식과의 매치는 좀 어려워 보이더군요. 간단히 치즈와 함께 하면 좋을 듯했습니다.

제철 재료를 사용한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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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테, 오징어, 머위 순 등등이 나왔습니다. 튀김옷때문에 잘 보이진 않겠지만, 재료의 맛을 잘 살린 튀김이였습니다. 한국에서 먹었던 튀김중 제일 맛났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듯합니다. 사장님께서 이날은 와인이 메인이기에 식사를 와인에 맞춰서 가볍게 나온다고 해서 사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막상 너무 훌륭한 요리가 나오니 이게 어디가 가벼운 건지 어리둥절했답니다.

빵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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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적절한 타이밍에 추가가 되네요. 지금까지의 서비스도 음식도 와인도 너무나 완벽했는데, 앞으로가 더욱 대단합니다.

라자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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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탈리안의 진수를 계속 맛보게 되네요. 이게 원래 이렇게 맛있는 메뉴였었나요. 손이 델 정도로 따끈따끈하게 가장 맛있는 상태로 서빙되어 왔습니다.

미아니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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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 베이스의 와인이라는데, 너무나 차분했습니다. 신물에 나오는 표현대로 정열의 화신인 살로메를 연상시키는 맛이라면 당연히 응축된 과일폭탄일꺼라고 생각했는데, 이탈리안 컬트답게 매우 정제된, 신성함이 느껴질정도로 극한까지 갈고 닦은, 날이 선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기대와는 반대지만 미아니라는 와인이 이런 거라는 걸 이번 모임에서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처음엔 그냥 미네랄 워터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수도 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은 쉽게 잊혀질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피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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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피클 맛이지만, 접시의 연출이나 타이밍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깜찍한 접시에서도 느껴지는데, 사장님의 취향이 너무 멋지시네요. 사실 제가 사소한데서 잘 감동하는 편인데, 그도 그럴것이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기는게 가장 시간이 걸리고 힘든 일입니다.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의미없어 보이는 대량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때일수록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문제가 되지요. 세상 일의 대부분이 그렇 듯 자기가 원하지 않고는 아름다워질 수도 없고, 감동을 줄 수도 없습니다. 이 날은 사장님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꼴뚜기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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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요리가 맛이 없을리 있겠습니까. 이런 요리라면 매일 와서 먹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럴려면 좀 더 돈을 벌어야..

마늘/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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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달고, 마늘은 부드럽게 익었습니다. 평범한 사이드 메뉴가 아니라 진짜 맛있었습니다. 이런 걸 배부르다고 안먹을수야 없지요.

드디어 나온 메인, 거대한 티본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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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실력이 형편없는 관계로 사진은 잘 안나왔지만, 너무나 박력이 넘치더군요. 이 만큼 먹고 또 먹어야 한다는 마음에 한숨을 쉬는 분들도 있으셨지만, 역시나 사양할 수 없지요.

먹물 리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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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레스토랑이라면 이거만으로도 충분히 시그네처 디쉬라 칭할만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리조토였습니다. 재료의 맛이 진하게 전해집니다. 이탈리안 요리는 한국 사람의 입맞에 잘맞는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피아체의 음식이 뛰어나서 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스테이크와 립, 고기만 네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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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본 스테익이 워낙 커서인지 고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저에게 배정된 할당량은 립 두개, 스테이크 두개입니다. 일단 양에 압도되서 할말을 잃었습니다. 여기는 어딘가, 고기 천국인가.. 먹어보니 바로 구운 스테익의 맛은 어느 일류 스테이크 전문점 못지 않았습니다. 두터운 고기를 익히는 솜씨가 대단하더군요. 정말 절대로 만족하지 않을수 없는 식사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먹으면 고기부페같은데를 왜 가는지 모르게 됩니다. 맛없는 고기는 많이 먹어봤자 기분만 나빠질 뿐이죠. 한동안 어디가서 고기 좀 먹어줬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드디어 디저트 타임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준비한 화과자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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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가 이뻐서 보자마자 질렀..

꽃처럼 이쁜 화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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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봄철 하나미 특선으로 나온지라 좀더 멋부린 듯 합니다. 디저트의 보존기간이 길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상태가 괜찮네요. 다만 이동중에 약간 찌그러진게 마음에 걸린달까.. 이런 섬세한 세공의 과자는 차와 마시면 더더욱 우아하겠지만, 사실 미식 모임이란게 그렇게까지 우아함을 쫓는 경우는 별로 없지요.. 그래서 그냥 대충 먹었다는..

입가심으로 나온 과일과 셔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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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합니다.

사진엔 없지만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리즐링을 한병 더 협찬해 주셨습니다. 요즘은 리즐링이 대세라고 하시던데, 역시 앞서가는 취향이시더군요. 저야 여름되면 자주 마시지만,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말이죠. 명 도멘 에곤 뮬러의 리즐링이였는데, 역시나 우아한 스타일입니다. 이로서 협찬만 세병! 미아니도 세병! 이렇게 잘 얻어 먹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음번 모임엔 뭐라도 좀 챙겨가야겠습니다.

애플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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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직접 요리를 배워서 만들었다는 애플파이. 바로 구워진 상태로 따끈하게 나왔습니다. 제가 애플파이를 좋아해서 잘 아는데, 애플파이는 바로 구웠을때가 젤 맛있죠. 근데 직접 만들기 전에는 따끈한 애플파이를 먹기 쉽지 않아 안타깝답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이런 멋진 파이를 먹게될 줄은 몰랐네요. 역시나 사양할 수 없지요.

퐁당쇼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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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아체의 시그네처 디저트입니다. 반으로 가르면 초콜렛이 흘러나오는 깜찍한 연출이 이 레스토랑에 관한 오래 지속되는 추억을 만들어 주죠. 하지만 이건 전에도 먹어봤기에 오늘은 스킵했습니다.

파인애플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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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만 5코스가 나오네요. 무슨 삐에르 가니에르인가 했다는.. 이 파이도 멋졌지만 이미 배는 만땅이라 얼마 못먹은게 아쉽습니다. 남은거 싸들고 왔으면 좋았을 뻔했는데, 담엔 싸달라고 졸라봐야겠습니다.

이것으로 장대하게 이어진 와인 디너가 끝이 났습니다. 정말 완벽하게 만족한 식사였습니다. 사장님을 비롯하여 준비해 주신 분들, 참여하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 정기적으로 이런 즐거운 모임을 가질수 있도록 준비해 봐야겠습니다. 얼른 준비해야 할터인데 하는 일은 언제 끝날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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