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집에 잠자는 와인이 좀 있어서 동호회 회원 분들과 작은 와인 모임을 열어봤습니다. 워낙 조그만 셀러를 쓰는지라 마실 때가 된 와인은 빨리 마셔야 다른 와인을 구매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마실 기회를 가져볼까 생각중입니다.
투쉐프는 얼마 전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제철 재료를 알맞게 요리해와서 맘에 꼭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모임 장소로 잡았는데, 이 날은 예약이 많아서 인지 서빙이 매우 늦더군요. 아직 서빙이 안정이 안된 관계로 대형 번개는 좀 무리였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와인세팅
극악의 조명인지라, 화벨도 엉망이고 사진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좋은 카메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죠. 저는 미식 블로거보다는 클럽뮤직 전문 블로거를 지향하는 사람이기에.. 제가 가져간 와인은 왼쪽의 아이스와인과 중간의 샤토카농 89년 빈티지입니다. 현재 디캔팅 중이구요. 다른 멤버분이 (중매턱으로 받으셨다는) 고가의 이탈리아 와인을 협찬해 주셨습니다.
샴페인
협찬으로 업소 와인인 부부 클리코 폰사르딘 로제와인을 땄습니다. 이 날은 협찬이 참 많았습니다. 이런 모임일수록 참가안하면 손해겠지요 ^_^
건배
로제 와인의 기포가 아름답네요.
빵
보시다시피 그다지 특별한 빵은 아니였습니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으로 배가 좀 고팠는데, 빵이 늦게 나오는게 좀 그렇더군요. 이날은 뭔가 많이 허전한 서비스였습니다.
참치 다다키
둥글게 나와서 닭고긴줄 알았는데, 참치라고 하네요. 재밌는 요리긴하지만, 일식에 익숙한 저로서는 특이할것 없는 메뉴였습니다. 맛은 so-so. 지난 번의 전채와도 비교가 되네요.
푸아그라
질좋은 푸아그라가 나옵니다. 사진을 찍느라 바로 먹진 못했는데, 접시를 덜 데워서 나온듯 금방 식어서 아쉬웠습니다. 달콤한 아이스와인에 곁들여 마시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습니다만.. 섬세한 요리일수록 서비스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확 차이가 나는데 안타깝더군요.. 그리고 아이스 와인의 상태가 전에 마실때보다 별로 였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보틀쇽 상태가 더 맛있을수도 있는 걸까요..
레드와인, 샤토 카농 89년
프랑스의 올빈은 처음 경험하는 건데 가죽향이 진하게 났습니다. 마치 시가와 같은 스물스물한 향이 올라오는데, 올빈의 매력이란게 이런거구나.. 라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치만 음식과는 잘 안맞고 입문하시는 분들에겐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맛이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모임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와인을 준비할까 합니다.(아니, 사실 이미 준비했다는..)
농어
재료가 좋은지 맛있게 잘 구워졌습니다. 이 날의 베스트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복잡한 스타일의 음식이 아니고, 와인과의 매치도 그냥 그래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성게알 파스타
약간 오버쿡 되었네요. 나쁜건 아니지만, 평범한 수준입니다.
(믿지못할)기억에 의하면 이쯤에서 반피의 이탈리안 와인을 땄습니다. 나름 유명한 넘인데, 영빈특유의 거친 맛이 났습니다. 좀더 숙성시켰으면 좋았을뻔 했습니다.
양고기 스테이크
이 날 심혈을 기울여서 나온 메인인데.. 양고기 특유의 꼬리한 맛이 거의 없더군요. 먹기 좋고 맛있긴 한데, 양고기스럽지 않은게 저로선 살짝 불만이였습니다. 지난번의 오리 고기는 오리 특유의 맛을 잘 살렸는데 말이죠. 게다가 메인까지 나왔는데 아무래도 양이 좀 부족하더군요. 이날 모인 위대한 멤버들의 면면을 봤을때 간에 기별이 갔을지 어땠을지..
안심스테이크
이거는 안먹어봐서 잘 모르겠다는.. 양고기가 더 맛있다고 하더군요.
업소 디저트
이 집은 디저트를 직접 만든다는데, 쉐프가 직접 만드는 것치곤 괜찮은 편이지만, 작더라도 인상적인 연출이 부족합니다. 퐁당쇼콜라의 배를 가르는 거 같은.. 쉐프분이야 요리만으로도 바쁘니 어쩔수 없겠지만, 앞으로 여유 되시면 디저트의 연출에도 신경써주셨으면 하네요. 뭐, 그치만, 이날은 제가 디저트를 코스-_-로 준비해 왔기에 특별한 디저트는 필요없었지만요.
사쿠라 미즈모치
겉은 젤리같은 걸로 둘러 쌓여 있고 안에는 팥앙금이 들어있습니다. 봄시즌 한정으로 팔기에 사왔습니다. 위에 올려진 사쿠라는 전년도에 수확한걸 1년동안 염장한 것인데, 짭쪼름해서 팥앙금의 단맛에 우아하게 방점을 찍어 줍니다. 일반적으로 사쿠라모치하면 분홍색 기지와 사쿠라의 잎으로 팥앙금을 반원형으로 만 형태인데, 벗꽃을 보며 사케의 안주로-_- 주로 먹었던 기억이…
케익 & 홋까이도 하나바타케 생캬라멜
케익은 이 모임에 참석한 미모의 회원 분이 가져오셨습니다. 홍대 어디꺼라는데 이름은 잊은.. 매우 진한 맛이여서 이거 먹으면 다 살로 가겠구나, 라는 죄악감이 살짝 들더군요..
이쯤에서 마지막 협찬으로 라피트의 사촌 동생격이라는 샤토 클락을 땄습니다. 향이 참 멋지더군요. 라피트와 비교하자면-_- 단순한 맛이긴한데, 가격 생각하면 당해낼 자가 없다고 하는 근래들어 명성이 자자한 와인입니다. 다들 만족하시며 마시더군요. 근데 사진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촛점이 잘못 맞은 사케 젤리
엄선한 사케로 만든 젤리입니다. 특이해 보여서 사왔는데, 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인기가 높더군요. 로쿠린샤의 라멘도 이날 오미야게로 나왔습니다. 여행다닐때마다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사는 편인데, 이번 달엔 여행을 자주 다녀서인지 오미야게 풍년이였다는..
이번에도 느꼈지만, 생각보다 모임을 주최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닙니다. 지리적인 문제도 있지만,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번엔 본의 아니게 제 전공분야와 관련있는 아이폰 등등의 IT와 장비에 관련된 화제가 많이 나와서, 이 쪽 분야에 관심없으신 분은 따분해 하셨을지 모르겠네요… 이와 대조적으로 다음날 이어진 와인 모임에선 호스트의 완벽한 진행으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얼른 그런 모임을 주최할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투쉐프는 요즘 장사가 잘되시는거 같아 당분간 망할 걱정은 안햐도 될 듯합니다 ^_^ 소개팅 명소로 자리잡은 듯 주위엔 온통 커플뿐이였다는.. 그저 부럽부럽..
좋은자리 만들어주셔서 너무 잘먹었습니다. 올빈은 저도 처음 경험하는데, 인상적이더군요. 다음번에도 갈 수 있으면 저도 뭔가 협찬할 것을 찾아봐야겠네요. (아! 로쿠린샤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