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시간을 내어 국내 최고 프렌치라는 피에르 가니에르에 다녀왔습니다. 예전부터 한번 다녀오곤 싶었지만 영업시간의 압박으로 인하여 갈 기회가 나질 않았는데, 토요일 점심을 시작했다는 소문을 듣고서 겨우 예약을 넣어 다녀왔네요. 사실 이 집에 방문한게 요즘 포스팅이 늦어지게된 주원인입니다. 음식이름이 복잡하기에 -_- 포스팅이 중노동이라서 엄두가 잘 안나서 말이죠.
하지만, 제가 꾸물대는 사이에 코스모스라는 네이버 파워 블로거분이 저와 같은 메뉴를 드시고 포스팅을 하셨더군요.
http://blog.naver.com/kosmose7/90096329382
http://blog.naver.com/kosmose7/90093344324
메뉴판도 따로 안찍었는데, 이런 감사할데가! 음식 이름은 위의 페이지에서 참고했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하지만, 그외의 감상은 전적으로 제 의견입니다.
기본 세팅
인테리어와도 일맥상통하게 미니멀합니다. 일찍 예약을 해서인가 전망좋은 창가자리를 내주셨더군요. 덕분에 빛이 잘들어와 사진찍기도 편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 보조의자도 내주시고, 서비스는 외국 어느 일류레스토랑에 비교해봐도 빠지지가 않았습니다.
이날 선택한 메뉴는 레스프리 드 피에르가니에르라는 19만원 상당의 런치였습니다.
어뮤즈부쉬
위부터 아래순으로…
밤 크림과 오렌지 퓨레가 들어있는 스틱
레몬과 레드와인 크림이 들어있는 머랭.
당근과 참치, 쵸리조 소세지를 갈아서 밑에 깔고
밤 사블레, 참치, 샐러드를 올림
토마토 부이용을 거품내서 무스로 만든것, 위에는 브로콜리 가루와 바질
루꼴라 케익과 사블레 오쎌
하나 하나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만족시키는 요리들입니다. 고가의 코스의 시작으로 만족스럽습니다.
버터
이것도 평균이상이긴했지만, 에쉬레와 비교하자면 좀 부족한 면이..
스파클링워러
낮부터 코스대로 술을 마실순없으니 일단 가볍게 워러한잔부터.. 물론 워러라고 해도 가격이 싸진 않습니다.
빵
맨위의 빵이 맛있어서 나중에 리필했습니다. 다른 빵은 특별히 대단한 수준은 아니더군요.
크레송과 오이 그라니뗴, 살구페이스트
본격적인 분자요리의 등장입니다. 뭔가 신기한 맛인데, 맛이 없지는 않다고나 할까요.. 제가 프렌치를 좋아하는건 요리사의 아이디어와 창조성이 가득하기 때문인데, 이 집도 어느정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네요.
랭구스틴, 수박 큐브와 소주, 마스카포네 치즈, 오렌지 파우더.
새우에 수박이 들어가서 탱글탱글한 맛에 사각거리는 느낌이 더해집니다. 이 정도면 맛은 합격수준입니다. 근데 재료가 넘 평범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새우든 수박이든 비싼 재료는 아니니까요.
대구 카르파쵸, 라디치오 쿨리, 오징어 먹물 뇨키, 펜넬.
재료와 요리법에서 상상할수 있는 바로 그 맛이네요. 다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더군요.
그릇에 허브와 스파이스를 넣은 가지퓨레를 담고 그 위에 고르곤 졸라 치즈를 올린 비스꼬뜨를 얹은
제가 가지와 고르곤졸라 치즈를 둘다 좋아해서인가 이 메뉴는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디스플레이도 이쁘구요.
사프란 이멀젼과 홍합. 옥수수 에스푸마로 맨 위를 장식
밑에는 홍합이 들어있는데, 옥수수가 들어간 진한 홍합탕이라고 보셔도 될 듯.
샤블리 한잔
코스도 맛있고 하니 와인을 안시킬수 없죠. 와인 리스트를 주욱 살펴봤는데, 가격이 특별히 비싼건 아니지만, 싼 와인을 취급하지 않는지라 부담스런 가격대더군요. 그래서 그냥 저렴한 글라스 와인을 한 잔 시켰습니다.
글라스와인
저렴해서 한잔에 3.5만원이였던가..
큐민향의 오리고기
메인으로 오리고기가 나옵니다. 요리는 잘했는데, 수입냉동육인지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안들었습니다. 같이 간 친구는 스테이크를 시켰어야했어, 라며 투덜투덜.. 원래 제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이제 질려서), 이 정도 오리고기면 그냥 스테이크 시키는게 나을 뻔 했습니다. 가격차이도 얼마 안나구요.
오리 다릿살과 프와그라를 다져서 피스타치오와 함께 빚은 것. 위에는 자두, 로메인 적양파
이건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오리라는 재료를 이용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자세는 매우 훌륭하죠.
참치를 토마토에 마리네이드한 요리, 위에는 로즈마리
상큼하더군요. 무거운 메인을 끝내고 디저트로 가기전에 입가심용으로 나온 듯하네요. 일류레스토랑답게 요리의 순서도 제대로 입니다.
고구마 코코넛 아이스크림 위에 올린것은 오리 껍질
아이스크림은 맛있었는데, 오리껍질은 도대체 왜올린건지. 뭔가 비릿해서 아이스크림이랑 전혀 맞질 않았습니다. 비릿한 맛이 없었으면 괜찮았을지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디저트인데, 언제나처럼 사진을 왕창 찍기위해서 ^_^ 피에르가니에르 데세르와 수플레 데세르를 한종류씩 시켰습니다. 일단 수플레 데세르부터..
퐁 레베크 치즈의 샹띠이 크림 주변에 갈색 큐브는 캬라멜라이즈드한 토스트, 가운데는 아오모리 청사과 셔벳 맨위에는 채썬 사과
이런 디저트 매우 좋아요! 따끈한 토스트와 쿨한 사과 셔벳! 디저트의 가니에르니 이 정도 디저트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수플레
별모양으로 잘 부풀어 있네요
시럽을 넣어서 먹으면 됩니다.
근데.. 수플레 맛있는걸 잘 모르겠어요! 제가 수플레 타입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정말 환상적인 수플레를 하는 곳이 있다면 한번 방문해서 제 선입견을 깨고 싶네요.
빨간색의 라즈베리 누가틴, 라즈베리 셔벗
생긴것도 강렬한 디저트인데, 맛도 그에 어울리더군요.
샴페인 그라니떼
밋밋하면서도 맛있네요.
이제부턴 피에르 가니에르 데세르입니다.
캬라멜라이즈한 복숭아 위에 아몬드 설탕 누가틴을 덮고 살구 셔벗과 요구르트 셔벗을 올림
그냥 그냥입니다. 나쁘진 않아요.
라즈베리 디저트 . 바닐라 판나코타위에 라즈베리 쿨리, 라즈베리 거품, 라즈베리 크림, 라즈베리 머랭, 그리고 라즈베리 부순것을 올림
여성분들이 좋아하실듯한 디저트더군요. 생긴건 이쁜데, 이쁜만큼의 독창적인 맛은 아니더군요.
초콜렛 & 바닐라 파르페, 아보카도 & 라임퓨레, 바나나.
안을 열어보니 초콜렛케익과 바나나 파르페가 들어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평이한 구성이지만, 맛은 좋아요. 위에 금가루는 럭셜하긴한데, 맛에 상관없는 장식같은거야 저는 어찌되건 신경을 안쓰니.. 다만 프로포즈-_- 같은 용도라면 괜찮을 듯하네요.
메인디저트가 끝났으니 푸티푸르 차례입니다.
프티푸르, 카시스 마카롱, 올리브 파르페 겉에 설탕을 입힌 캬라멜 패션 프루트
생긴게 앙증맞은 만큼 맛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슬슬 티타임을 가지며 느긋하게 음식평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길 할 시간이 왔네요. 이런 소중한 시간을 즐길수 있기에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 의미가 있는 것이죠. 이날은 주식이야길 했던가..
일본 매실 젤리를 깔고 패션 푸르트, 키위, 라임, 민트, 셀러리, 그린 파프리카등의 쥬스를 부은것
건강 쥬스 같은 건가본데.. 맛은 좀 미묘했다는.. 아무리 분자요리라해도 여기까지 오면 좀..
초콜렛
케이스 한가득 들고오더군요. 이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아마 이날 먹은 코스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한개밖에 안먹긴 했지만, 그 퀄리티는 라 메종 드 쇼콜라 못지 않더군요. 국내에 이 정도 고퀄리티의 초콜렛이 있을줄이야.. 따로 구매가 가능했다면 한박스 사왔을지 모르겠네요.
허브티
마무리는 허브티로.. 한 세시간쯤 먹은 듯한데, 음식의 만족도를 떠나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국내에도 일류 레벨의 레스토랑이 하나 쯤 있어야죠. 업무나 개인적인 용도로 이런 럭셔리한 공간이 필요할때, 동경까지(아니면 홍콩이나) 안날아가도 된다는 것은 참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동경의 비슷한 레벨의 레스토랑보다 음식 레벨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더군요. 특히나 고급식재료를 안쓰는게 좀 걸립니다. 대부분 이런 스타일의 레스토랑은 음식에서 마진을 아주 조금 남기고 와인에서 왕창 많이 남기는데, 한국에선 그런 전략이 안먹히는 걸까요.. 뭐 맛만을 생각하면 재방문 의사는 없겠지만, 세상일은 알수 없는 것이고, 누구 가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다시 가게 될 수도 있는 거겠죠..
나가며..
화벨이 엉망이라 죄송.. 암튼 이런 레벨의 레스토랑이 한국에도 많이 생겨서 경쟁도 심화되고 음식 수준도 높아지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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