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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커피 전문점 카페 뎀셀브즈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올초에 인터넷에서 매우 시끄러웠던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명동의 D카페에서 손님과 직원사이에 트러블이 있었는데, 손님이 네이트 판에 올리면서 가게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었죠. 그 명동의 D카페가 카페 뎀셀브즈입니다. 다른 분들에겐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보기에는 한국 사회의 이상한 단면이 드러난 사건이였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저는 원래 카페에 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고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편도 아닙니다. 유명한 카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찾아다닌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종로/명동 부근에서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가 나오는 커피숍에 가야할 일이 생겼을때는 항상 뎀셀브즈에 갔습니다. 왜냐면 그 부근엔 마땅한 경쟁상대가 없으니까요. 홍대라면 비슷한 컨셉의 집이 많은데, 종로 부근에선 거의 독보적이라, 어느 시간에 가도 항상 사람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뎀셀브즈의 케익

cafe themselves

이 집은 커피도 잘하지만 케익이 맛있는 것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구요. 물론 케익맛은 잘나가는 케익 전문점과 비교하면 못미치는 점도 있지만, 나름 모양도 이쁜데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입니다.

요런 케익도 있고 종류가 다양합니다.

cafe themselves

스타벅스같은데서 나오는 케익하고는 비교 대상이 다르다고나 할까요. 퀄리티 뿐만아니라 양도 작지 않은 편입니다.

커피와 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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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자리를 잡기전에 미리 주문을 넣을 수가 없습니다. 낮에는 좀 한가한 편이긴한데 밤에는 항상 자리가 꽉차있기에 늦은 시간에 방문해도 20분쯤은 기다려야 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이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종로에 커피샵이 뎀셀브즈만 있는것도 아닌데, 이 집만 유독 줄이 긴 이유는 분위기/가격/맛이 다 좋아서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사진엔 안나왔지만, 2, 3층의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인테리어도 모던하고 조명도 밝은데다, 오래 앉아있는다고 눈치주는 것도 아니라 느긋하게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1층 카운터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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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디자인입니다. 접객이 별로라는 말도 있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친절한 편은 아닙니다.

다음번 방문때 주문한 케익

cafe themselves

사다하루 아오키의 케익이랑 비슷해서 좀 웃음이 났습니다. 맛은 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지만, 디자인도 이쁘고 그냥저냥 먹을만 합니다. 배낀거 같긴한데 나름 연구/노력은 한거겠죠.

얼마나 닮았는지는 예전에 올린 사다하루 아오키의 케익 포스팅에서 확인해보시길..

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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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보진 않았는데 커피도 맛있다고 합니다.

이 집은 완벽한 맛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고 정말 대중적인 커피숍입니다. 커피 2잔에 케익하나 시키면 1.5만원정도 나오는데, 요즘 카페베네를 가든 스타벅스를 가든 평균적으로 그 정도는 씁니다. 맛있는 디저트나, 커피, 혹은 더 좋은 분위기를 위해 더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곳이 아니다보니, 인기도 많아지고 사람들도 많이 모이게 되고, 그래서 더더욱 손님과의 트러블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사건은 그런 연장이라고 보구요.

다년간 맛집을 돌아다니면서 느낀건데, 맛집에 대기 줄이 길고 인기가 많아지면, 가게는 대충 다음의 방식으로 해결을 봅니다.
1. 메뉴의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손님수를 줄이고 손님당 단가를 높힌다.
2. 분점을 내거나 확장을 해서 퀄리티는 좀 떨어트리더라도 손님을 전부 다 받는다.
3. 완전 예약제로 간다.

3번은 메뉴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예약펑크가 일상다반사인 한국에선 상상불가능한 방식이죠. 가격을 올리거나 맛을 떨어트리는 방식은 어찌보면 고객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가장 보편적인 해결 방법입니다. 보통의 맛집이라면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마련인데, 뎀셀브즈는 특이하게도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합니다. (선택했다기보단 처음 방식을 인기가 생긴후에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해야 될듯합니다만) 손님과 가게간에 룰을 정해서 그에 따르는 손님 만을 받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분명하게도 단골 손님들에게 유리하고 뜨내기 손님들과는 트러블을 일으킬 수 밖에 없습니다. 뎀셀브즈의 점원들의 접객이 별로라고 하는 분이 많은 것도 뜨내기 손님과의 트러블이 많아지니 생기는 당연한 귀결이겠지요. 저라도 하루종일 처음 오는 손님에게 가게 룰을 설명해야 한다면 자연스럽게 퉁명스러워질것 같네요.

카페 오너가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집의 단골인 편이라 지금의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게 유리합니다. 오히려 이번 일로 사람들이 안오게 되면 자리잡기 편해지니까 가게에는 미안하지만 저한테는 오히려 좋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터진 후 몇번 가본 결과 줄이 전혀 줄어들지 않더군요. 밤 9시가 넘어도 20분은 줄서야 합니다. 욕하시는 분들은 제발 좀 오지마셨으면 좋겠네요. 아직도 줄이 너무 길단 말이죠.

요즘은 잠잠해져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는데, 다시 돌아봐도 이번 사건은 정말 문제가 많았습니다.

우선 까임의 대상이 된 카페에는 일말의 변명의 여지도 주어지지 않더군요. 이지메, 조리돌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돌 던지기를 마다 하지 않는 모습이 섬찟했습니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전문가입네 하는 분들이 저러다 가게 망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는 것도 참 고역이였습니다. 둘이서 1.5만원에서 2만원,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싼 돈이죠. 현실의 돈의 무게를 모르니까, 뎀셀브즈가 인터넷에서 얼마나 욕을 먹든간에 쉽게 망할리가 없다는 사실이 납득이 안되었겠죠. 이 사건 이후로 인터넷에서 전문가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글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가게와 운영방침이 다르다고 해서 그게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분들은 서비스 좋고, 분위기 좋고, 줄 설 필요도 없고, 테이크 아웃 잔을 들고 앉아 있어도 아무 말 안하는 카페베네에 가면 됩니다. 뎀셀브즈에서 맛과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카페베네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는건 존재하지도 않는 엄친아나 백마탄 왕자를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째서 비일상적인 것을 요구하는게 당연하게 되었을까요.

한국 인터넷의 문제는 제가 어쩔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같은 마이너 블로거가 어떻게 글을 쓰든 어차피 잘되고 있는 뎀셀브즈 영업에 영향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부담없이 글을 쓸 수 있었네요. 그리고 정말이지 저는 뎀셀브즈가 장사가 잘 안되서 제가 들어갔을 때 5분안에 자리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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